[랑의 인권이야기] 돈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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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배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하다는 전화에 속만 태웠습니다. 후배는 아직 대학생이고 아버지는 일을 하실 수 없는 상황에 어머니만 경제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카드빚이 있었고 그걸 갚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카드빚이 결국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한 카드회사가 카드빚 900만원을 갚지 않으면 집을 경매로 넘기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당장 다음날까지 갚으라는 것입니다. 카드빚 900만원에 집이 넘어가게 된 상황인 것입니다. 다급한 상황에 놓인 후배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지만 900만원을 하루아침에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후배는 카드회사에 사정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당장 필요한 돈을 아는 사람들에게 빌리고 가능한 빨리 집을 팔아서 빌린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저만해도 당장 현금을 백만 원 이상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대학생인 후배가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후배를 보면서 안타깝고 화도 나고 답답한 심정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후배의 아버지는 대책도 없이 카드를 써서 이 상황까지 오게 했나 속상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흥청망청 돈을 쓰기 위해서 카드를 쓴 것도 아니고 생활을 하려다보니 돈이 부족했던 것이었고 급한 것은 카드로 해결하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데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하면서도 가난하거나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열심히 일하지만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어려워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노동을 하면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소비는 갈수록 높아져갑니다. 단지 새로운 상품을 사라고 부추기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사야만 합니다. 이들에게는 교통비, 교육비, 의료비, 전기세, 수도세 등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은 비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처럼 외치는 경제성장이 되면 이들의 경제상황이 나아질까요? 지금의 경제정책으로 설사 경제가 나아진다고 해도 그것은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뿐 분배가 나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와 기업들을 위한 세금은 감면하고 경제를 위해 재벌들을 사면해주는 것이, 공공서비스마저 이윤과 효율을 위해 선진화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경제성장의 장밋빛 미래가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핏빛 미래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정치인과 경제인은 이제 그만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성장의 핏빛 미래

그리고는 카드회사의 행태에 화가 났습니다.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인 사람에게 당장 한꺼번에 갚으라고 압박하고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건 제가 보기에 빼앗는 것 같았습니다. 집이 경매로 팔리고 그 돈으로 빚을 갚고 나면 남은 돈으로 다른 집을 구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후배는 적어도 집을 경매가 아니라 정상적인 매매를 통해서 팔고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시한을 연장하기를 바랐지만 카드회사는 그런 인정을 베풀지는 않았습니다. 자본에게 인정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겠지요.
한때 신용카드를 경쟁적으로 발급하다가 카드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대거 발생해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대부업체들의 광고가 넘쳐나면서 연예인들의 광고출연 자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었습니다. 얼마 전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이 사채와 관련 있다며 다시 한 번 사채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카드회사건 대부업체이건 이용하기 전에는 고객이라며 유치하기 위해 친절한 말투로 각종 미사여구를 늘어놓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돈이 없는걸 알았는지 메일까지 보내면서 돈을 빌려 쓰라고 유혹합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 쓰고 기한 내 갚지 못하게 되면 태도는 달라집니다. 무리한 채권독촉에 의한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 위기가 심각해집니다.
특히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신용도가 낮거나 월급이 적은 사람, 담보할 집이 없는 사람들이 찾는 곳은 ○○캐피탈이라고 하는 제2금융권 그것도 어려운 사람들은 요즘 광고를 엄청 해대는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들은 이자가 엄청 높습니다. 캐피탈업체들은 최고 40%, 대부업체들은 최고 49%의 이자를 받으면서도 최저 한자리수의 이자율이라고 광고하고 신용만으로 쉽게 돈을 빌려준다고 당당하게 빌리라고 합니다.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이런 대부업체들이 신고만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납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씁쓸한 하루였습니다. 그날 저녁 소주를 마셨습니다. 현실이 너무 써서 소주의 쓴맛은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다음날 후배는 결국 돈을 빌리지 못했다고, 경매로 집을 넘기겠다는 전화를 했습니다. 집이 잘 팔려 빚도 갚고 집이라도 구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랑 님은 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22 호 [기사입력] 2008년 10월 01일 9: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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