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거리] 그러나, 가까워질 것입니다

15회 서울인권영화제로 초대합니다

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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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00분이 넘는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뭔 연극이 이렇게 길어. 티켓을 보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함께 간 친구가, 배우들이 더 고생이겠네 했습니다. 허,걱. 조금만 방심하면 이 모양입니다. 수시로 ‘거리 두기’가 발동됩니다. 숨기고 싶은 것을 스스로에게 들켜버려 무연해졌습니다. 친구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 저는 공연 시간이 길어진 만큼 뒤풀이할 시간이 줄어들리라는 아쉬움만 계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까지도 그 연극의 배우들은 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집 근처에 방치돼 있는 자전거도로 가의 풀만큼도 저에겐 의미가 없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친구의 짧은 말이 저와 그들 사이, 아득한 거리를 바싹 당겨 준 것입니다.

마주보기의 어려움

거리 두기. 덜 피곤하고, 덜 괴롭게 살기 위해 가동되는 내 안의 기본 모드입니다. 꼭 가까이 다가가고, 들여다봐야 할 것이 아니면 여지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약삭빠른 마음 작동판이지요. 저 연극배우들처럼 ‘모르는’ 사람들은 알아서 말끔히 지워 주는, 마음을 가볍게 최적화하는 무엇.

사실 고통이 아니라면 거리 두기가 무어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습니까. 기쁨, 환희 따위 말은 홀로 쓰여도 충만한 걸요. 고통은 다릅니다. 수많은 이가 에워싸도 홀로 견뎌낼 수밖에 없는 고독한 시간을 안고 있지 않습니까. 고통에 갇힌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을 보며 고통에 맞설 힘을 얻을 것입니다. 고통을 근거리에서 봐야 하는 이유지요.

그러나 고통과 마주하거나 고통을 바라보는 건 두렵고, 괴롭습니다. 때때로 저는 저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고통에 질끈 눈을 감아 버리고, 다치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력할 것이다

이런 제가 다른 사람의 인권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덜 상처 주기 위해 ‘긴장’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일까요. 그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에 번번이 제가 다쳤기 때문이지요. 내 안이 전복돼 내가 당신이 되는 빙의 현상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먼 일입니다. 다만 그날을 바라며 노력은 할 겁니다. 보이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당신과 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요.

이제, 당신도 당신에 대해 말해 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제가 당신에게 덜 상처 줄 방법을 알고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번 5월에도 저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려 영화제 광장에서 서성댈 것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의 하소연을 듣고, 울음에 같이 울며, 같이 웃으려 합니다. 그러면 당신과 저, 손톱만큼이라도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15회 인권영화제 상영일정 (5.19.~5.22.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5.19 목요일(Thu) 차별_저항_거리
12:00 <추모재상영> 아나의 아이들 Arna's Children KS 화 더빙 84분
13:50 시민 마틴 루터 킹 CITIZEN KING E KS 120분
16:00 선철규의 자립이야기 ‘지렁이 꿈틀’ Earthworm Squirm K KS TA 25분 35초
17:00 8:모르몬 발의안 8:The Mormon Proposition E KS TA 78분
19:00 개막식 50분
20:00 <개막작> 종로의 기적 Miracle on Jongno Street K KS 117분

5.20 금요일(Fri) 자본_노동_거리
12:00 이 영화를 훔쳐라! 1 Steal This Film 1 E KS 32분 16초
12:33 이 영화를 훔쳐라! 2 Steal This Film 2 E KS 44분
13:30 이상한 나라의 서비스 We Sell Emotion K KS TA 23분
13:53 5월의 봄 A Death In May K KS TA 33분 44초
15:10 악마라 불린 신부 The Devil Operation E S Q KS 69분
16:40 부서진 달 The Broken Moon L ES KS 72분
18:20 잔인한 계절 Cruel Season K KS TA 60분
19:50 소년미르-아프가니스탄의 10년 The Boy Mir KS 95분

5.21 토요일(Sat) 핵_평화_거리
12:00 버마 군인 Burma Soldier B ES KS 70분
13:10 두려움, 그 너머 Jigdrel: Leaving Fear Behind T ES KS 25분
14:00 엄친아 만들기 Making PerfectGuy(Um-Chin-A) K KS TA 5분 38초
14:06 가면 Mask K KS TA 3분 30초
14:10 게임 GAME K KS TA 2분 14초
14:13 잃어버린, 잊어버린 In The Box K KS TA 20분 1초
15:00 저수지의 개들-take1. 남한강 (with 윈디 시티)
Reservoir Dogs-take1. South-Han River (with Windy City) K KS TA 8분
15:08 농민 being Farmer-being K TA 15분
15:23 땅 Farmland K TA 17분
15:40 죽지 않았다 Still Alive K TA 15분
15:55 저문 강에 삽을 씻고 River Workers K TA 20분
17:00 아들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Son K KS TA 60분
18:30 야만의 무기 Sweet Nuke K KS TA 102분
20:40 영원한 봉인 Into Eternity E KS 75분

5.22 일요일(Sun) 민주_주의_거리
12:00 용산 Yongsan K KS TA 73분
13:50 미국의 바람과 불 An Escalator in World Order K KS TA 118분
16:30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The Day that Bastard became President K KS TA 66분 30초
18:00 폐막식 30분
18:30 <폐막작> 파이프 The Pipe E KS 83분

원어 K한국어 E영어 S스페인어 Q퀘추아어 B버마어 T티베트어 L라다크어
자막 KS한글자막 ES영어자막
장애인 접급권 화 화면해설 더빙 한국어녹음
TA 관객과의 대화
덧붙이는 글
녹우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250 호 [기사입력] 2011년 05월 09일 14: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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