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쉿! 그 괴물 얘기 들어봤어?

선생님이 학교에 오지 않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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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오늘따라 선생님 여러 명이 학교에 안 오셨네. 눈병이라도 퍼졌나? 가만, 옆 반 선생님도 오늘 학교에 안 왔다고?’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옆 반 친구 희정이었어. “아, 희정이구나. 근데 오늘 학교 안 온 선생님들 왜 이렇게 많아?” “너 그거 몰라? 다들 괴물 잡으러 갔잖아.” “뭐! 진짜로 괴물이 나타났어?” “응. 진짜로 무시무시한 괴물.”

희정이 얘기를 들어보니 많은 선생님들이 오늘 휴가를 내고 한 곳에 모여서 괴물을 잡자는 집회(*)를 연대. 교육부가 잘못된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걸 알리려고 말이지. 선생님들이 잡으러 간 괴물은 바로 ‘교원평가제’였어.

괴물 잡으러 갔다고?

교원평가제는 누가 누가 잘하나 선생님들한테 점수를 매기는 거래. 앞으로는 낮은 점수를 받은 선생님에게는 월급도 적게 주고,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낼 수도 있게 된대. 교육부는 그래야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게 될 테고, 선생님답지 못한 선생님을 가려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

얼핏 들으면 좋은 이 제도를 왜 선생님들은 반대하는 걸까? 동욱이는 고개가 갸웃거려졌어. 특히 동욱이네 담임선생님은 수업도 재미있게 하고 반 아이들도 고루 사랑해주시는 좋은 선생님인데 말이야. 그런데 희정이 얘기는 달랐어. “그 제도가 들어오면 우리도 죽어.” “쳇,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자세히 좀 얘기해 봐.” 희정이는 조목조목 교원평가제가 가진 문제점을 따져주었어.

불공평한 일을 강요해선 안돼

“만약 3년마다 한 번씩 시험을 보고 나서, 넌 점수가 낮으니까 이제 학교 다니지 마, 그러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어떤 게 부족한지 알려주지도 않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도 않고서 말이야.” “그런 게 어디 있냐? 말도 안 돼.” 동욱이는 희정이가 별 이상한 얘기도 다 한다고 생각했어. “그럼 네가 아무리 잘해도 더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점수를 낮게 받는다면? 시끄러운 콘서트장에서 1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으라고 하고서는 다 못 읽으면 넌 공부할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왜 그렇게 못하냐고 막 야단을 치면? 게다가 네가 선생님과 다른 의견을 말했다고 밉보여서 네 점수를 막 깎으면?” “불공평해!” “그럼, 불공평하지. 그런데 그걸 선생님들한테 그대로 하는 게 교원평가제래.”

위 사진:교원평가제는 학생까지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대. 이 만화는 정평한 선생님이 그리고 <교육희망>이란 신문에 실렸어.


희정이 얘기는 이랬어. 교원평가제는 3년마다 한 번씩 선생님에게 점수와 등급을 매기는 거래. 아무리 열심히 하는 선생님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선생님이 있으면 낮은 점수를 받게 된대. 그러면 자연스레 선생님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고 경쟁을 하게 되지. 서로 수업자료를 주고받으면서 더 좋은 수업방법을 찾지 않고, 나만 더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서로 수업자료를 숨기게 될 거야. 그러면 학생들 입장에서도 더 좋은 수업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게 돼. 또 학생들 점수가 좋아야 선생님 점수도 높아지니까 학생들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공부만 해라’ ‘시키는 대로 외워라’ ‘점수 높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볶아대는 일도 늘어날 거야. 어쩌면 미리 시험문제를 알려주거나 학생들 성적을 조작해서 자기 점수를 높이려는 잘못된 마음을 먹는 선생님도 있을지 몰라. “너는 내 점수 갉아먹는 녀석이야. 내 수업 듣지 마.”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도 있을지 모르지. 그렇지 않으면 그 선생님이 낮은 점수를 받고 쫓겨날 테니까.

더구나 수업을 잘 할 수 있게끔 필요한 일을 도와주지도 않고 결과만 놓고 ‘당신이 못난 탓이야’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되지 않니? 정부와 학교가 져야 할 책임은 제쳐두고 교사 잘못이라고만 몰아붙이는 건 불공평하다는 거지. 이 제도를 나쁘게 이용해서 정부가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선생님들을 쫓아낼 수도 있다고 해.

희정이 얘기를 듣다 보니 동욱이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어. “휴~학교 가기 싫어진다. 우리들한테도 안 좋은 거였네. 지금보다 더 공부, 공부 해야 한다니…….”

우리가 바라는 평가는?

그러면서 동욱이에게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3년에 한 번씩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학생들이 수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고 선생님도 그 의견을 참고해서 더 좋은 수업을 준비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 한 반 학생 수가 줄어들면 선생님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좀더 신경을 써줄 텐데……. 선생님이 수업준비를 잘 할 수 있게끔 다른 선생님과 의견을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더 필요할 것 같아.’ 희정이가 동욱이 생각을 어떻게 읽었는지 이렇게 덧붙였어. “그러니까 학생에겐 인권이, 교사에겐 점수매기기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거야.”

“희정아, 근데 너 교원평가제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잘 아니?”
“응. 어제 우리 담임선생님이 오늘 못나오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주셨거든. 반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알게 된 거야.”
“그랬구나. 우리 선생님도 미리 얘기해줬음 좋았을 텐데……. 내일 나오시면 우리 반에서도 얘기해보자고 해야겠다.”

(*) 집회는 여러 사람이 한 뜻을 갖고 한 자리에 모여 자기 주장을 널리 알리는 거야.


<생각해 봅시다> 이런 선생님은 어떡하죠?

나쁜 선생님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을 거예요. 어떤 선생님이 나쁜 선생님일까요? 뒤로 돈을 받는 사람? 차별하는 사람?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고 때리는 사람? 사람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사람이 나쁜 선생님이라는 데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할 거예요.
나쁜 선생님을 없애려면 교사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 많은 교원평가제를 들여와선 안 되겠지요.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해요.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그래도 잘못했을 때는 벌을 줄 수 있게끔 ‘교원징계제도’를 보완하는 방법도 있고요.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고 존중받고 학교운영에 참여해서 의견을 낼 수 있게끔 하면, 학생을 얕잡아 보고 함부로 대하는 선생님이 자연스레 줄어들 거예요. 선생님들이 학생인권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 역시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겠지요.
인권오름 제 30 호 [기사입력] 2006년 11월 21일 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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