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거래 반대운동을 제안한다 ④-<끝>] 반자본 평화운동을 시작하자

나동혁
print
고민이 진척되다

총 4회로 기획된 이 글을 이제 마무리 지을 시점이 되었다. ‘전쟁수혜자들(War Profiteers)’이라는 제목을 달고 연재된 이 글이 시종일관 처음 제시한 목적을 충족시키며 전개되었는지는 솔직히 자신 없다. 하지만 병역거부를 실천하면서 반전운동에 대해 가지게 된 관심이 큰 내적 원동력이 되었다. 반전운동과 병역거부는 거의 비슷한 시점에서 내 인생의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반전운동은 그 이전에 해왔던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지만 차츰 병역거부를 계기로 좀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평화운동에 대한 갈증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의 삶으로부터 시작되는 운동, 꼭 전쟁이 일어나서 누군가 죽고 다치기 전에 일상에서부터 전쟁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운동. 반전운동에서 끓어올랐던 그 열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과연 우리가 이렇게 침묵해도 좋을 만큼 세상은 평화로워진 것일까? 그렇다면 평화는 왜 오지 않을까?

무기거래 반대 운동은 일상적 평화운동

위 사진:무기반대를 외치는 솔로몬제도 학생들<출처; http://www.amnesty.or.kr/cac6.php>
27호의 ‘평화를 원한다면 삼성케녹스는 일단 보류!’ 기사에서 ‘방위산업체’의 현실을 폭로했던 조약골 님의 표현에 따르면, 자본가들이 세계를 나눠먹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협잡질’을 하는 것이 세계경제포럼(WEF)이고, 이에 대항해 전세계 활동가들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조직한 것이 세계사회포럼(WSF)이다. 세계사회포럼이 그 초기의 정신을 잃었다는 비판도 많지만, 그 회의에서 ‘전쟁수혜자들’ 주제그룹에 참여하며 내내 고민했던 것은 자본주의적 경제관계 속에서 어떻게 일상적인 평화운동을 일구어 갈 것인가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몇 가지 사례들로부터 몇 가지 영감을 얻어낼 수 있었는데, 조약골 님의 ‘방위산업체’ 관련 글이 아주 소중했다.

최근에 ‘포탄 신관 제조 기술과 설비 수출 진상 규명 촉구 시위’가 있었다. 버마 군부는 1962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했으며 1988년 9월 18일에 다시 군사쿠데타를 일으켰고 군사정권은 강제노동 동원, 강제이주, 감금, 고문, 살해, 학교폐쇄, 소수민족 탄압등과 같은 인권유린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 유럽, 미국,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버마의 상황에서 서울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버마에 무기제조 기술과 설비를 수출한 혐의로 국내 모 방위산업체와 이 업체의 수출을 대행한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을 지난 달 31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버마민족민주동맹(자유지역) 한국지부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 군부를 지원하는 포탄 신관 제조 기술과 설비 수출 의혹이 조속하게 밝혀지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지난 9월 11일 서울역 앞 대우 본사 건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와 관련된 경제적 규모는 검찰 예상으로 1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무기거래 반대운동은 반자본 운동

위 사례에서 보듯, 한국은 이미 전세계적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 만큼 ‘범죄의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경제적 이해관계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일상적인 평화운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라크 전쟁 기간 내내 그 배경을 캐내기 위한 수많은 글들은 전부 경제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가권력과 결탁한 석유자본과 군수자본의 손익계산서를 위해 전쟁은 만들어진다. 평화는 이윤추구 논리에 의해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 있다. 오늘날 세계는 힘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전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이 공고해지고 있다. 그 질서 속에 이미 한국도 한자리 끼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어떠신지? 이제는 이 일상적 고리를 끊는 운동에 나서야 할 때다.

위 사진:무기거래조약을 지지하는 마이클 무어<출처; http://www.amnesty.or.kr/cac6.php>
전쟁을 준비하고 무기를 개발하는 데 최첨단의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전쟁이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앞당겼고, 오늘날 그 기술들이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이 전쟁을 위해 고안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도 최소한 인간존중의 사고를 버리지 않는 한 이런 극단적 기술결정론적 사고로 치닫지는 않을 거라 본다. 그보다 더 세련된 논리로 경제적 이윤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기는 더 쉽지 않다. 채식주의를 이야기할 때 ‘동물을 살해하는 잔인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육식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말처럼, 경제적 이윤은 무기거래가 야기하는 숱한 비극들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이윤이라는 결과만 내놓기 때문에 막연히 긍정하기가 쉽다. 지난 벨기에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듯 이렇게 이윤이라는 장막에 가려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돈이 무기제조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 강력한 범죄의 연결고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무기거래와 관련된 운동은 국제적 차원에서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사실들을 최근 들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조약골 님의 블로그( http://blog.jinbo.net/dopehead/?pid=115)에 가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지난 10월 26일(뉴욕 시간) 유엔 총회에서는 국제무기거래통제를 위한 국제무기거래조약(Arms Trade Treaty, ATT)을 만들기 위한 ‘정부 간 전문가 그룹’ 설립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되었다. 대다수 정부들이 이 조약을 지지하였으며, 총 136개국이 이 조약에 찬성하였다. 국제앰네스티, 옥스팜, 소형무기국제행동네트워크(IANSA) 등의 단체들은 국제무기거래조약(ATT) 성사를 목표로, 지난 3년간 공동으로 ‘무기통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자세한 내용은 http://www.amnesty.or.kr/cac6.php참고) 재래식 무기거래, 저개발 국가로 수출되는 불법무기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무기거래에 맞선 행동으로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한편,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 역시 지난 국제회의 이후로 ‘전쟁수혜자들’에 맞선 국제적 캠페인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무기거래 반대 운동은 여전히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쟁과 함께 반전운동이 대중적으로 등장한 이후 평화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풀뿌리 평화활동가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저마다 정보와 소통을 갈구하고 있다. 풀뿌리 평화활동가들이 무기거래 반대운동을 실현할 작은 모임을 꾸려보는 건 어떨까?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늦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나동혁 님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이자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2 호 [기사입력] 2006년 12월 06일 2:26:26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