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민주주의를 이해 못하고 국민을 불신하는 정부에 대한 경고

유엔집회결사특보 2016년 한국방문보고서

황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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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의 핵심 요소인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정부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유엔집회결사특보’)은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정부, 지자체, 인권단체, 피해자 기타 관계자들을 방문, 면담하고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관련 인권 상황을 조사했다. 유엔집회결사특보는 이 방문조사를 기초로 6월 17일 제3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방문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글에서는 집회의 자유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는 그 권고가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인권법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국제인권법의 해석기준이 되어야 하고, 국내법과 명백히 배치되지 않는 한 그 취지가 충분히 존중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적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국 정부

유엔집회결사특보는 한국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억압받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뒤로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한민국은 과거 독재자와 부패한 지도자들에 저항하고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고 민주화를 촉진하였던 자랑스러운 집회와 시위의 역사가 있다. … 시민들의 필요와 열망에 대한 표현은 사회적 갈등의 척도이면서 이를 해소할 평화로운 수단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의 기회를 억압한다면 폭력적인 저항이라는 원치 않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결국 대한민국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을 무시한 채 국내법만을 “합법성”의 기준으로 삼는 접근, “평화로움”을 협소하게 이해하고 그러한 협소한 이해에 기초해 다수의 집회를 해산대상으로 삼는 접근은 국제적인 기준에 반함을 강조한다.

“국내법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합법성”을 따지는 잣대로 사용하는 것은 … 문제가 된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은 본질적으로 합법적인 권리이며 정부는 이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집회는 평화적인 것으로 추정되어야 하며 … 소수의 폭력적인 행동을 이유로 집회를 불법으로 지정하고 이를 해산하는 것은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가 개인의 권리라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 시위와 집회를 골칫거리로 바라보아서 ‘법과 질서’에 따른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위 사진:2015년 한국을 공식방문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특보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유엔집회결사특보는 현행 법률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회 ‘허가제’를 허용하고 있고, 집회를 금지하는 사유도, 집회의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제한도 국제인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 규정은 당국이 집회를 허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을 갖게 하며 실제 신고제에 반하여 집회를 ‘허가’하는 것에 이른다. …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불법으로 간주하는 이유 - 예를 들어 교통 방해, 시민들의 일상 방해, 소음, 후 순위로 신고된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집회 등은 시민적ㆍ정치적 권리규약 제21조에서 집회 제한의 정당한 사유로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평화로운 집회 장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한은 본질적으로 비례성에 어긋난 제한이…다. 법을 통해 집회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자유와 제한의 상관관계에 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한 권리를 특권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제한은 집회의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제한한다.”

차벽, 물포, 형사처벌의 문제도 짚어

유엔집회결사특보는 과도한 경찰 병력의 배치, 물포의 사용과 차벽의 설치는 오히려 불필요한 긴장과 폭력을 유발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백남기 씨에 대한 공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늘어놓은 시야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경찰의 변명은 물포 사용의 무차별성, 위험성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한다. 평화로운 집회를 사전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도입된 차벽 역시 국제인권법에 명백하게 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대적인 경찰 병력 배치와 더불어 물포(때로는 물에 캡사이신을 첨가하여 최루가스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와 차벽을 사용하는 방식은 이러한 경찰의 조치를 이유 없는 공격으로 해석하는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러한 종류의 공격은 더 많은 공격을 야기한다. … 이 전술은 무차별적이다. 경찰은 물포 조작은 차량 내부에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의 모니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조작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세부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포로 집회 참가자들에게 심각한 부상이 초래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 차벽들은 참가자들이 원하는 목적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며, 참가자들이 의도하는 청중들이 듣고 볼 수 있는 곳에서 집회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 … 차벽은 관계당국의 집회 촉진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차벽은 참가자들의 행위를 관리한다는 사후 대응 조치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방해하려는 예방적 조치로 사용된다.”

유엔집회결사특보는 집회 주최자 또는 참가자에 대한 부당하거나 과도한 수사와 형사 처벌은 집회의 자유 행사에 위축효과를 가져왔고 이는 집회의 자유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몰오해 혹은 이를 억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다.

“집회 이후 정부가 취한 많은 행동들이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 행사에 위축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는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을 조사하고 체포하는 것, 형법 상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하는 것, 폭력을 선동하였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를 기소하는 것, 경찰이 입은 피해 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등이 포함된다. 집회 주최자들은 다른 사람의 불법한 행위에 의해 일어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기도 했다. 이는 집회 주최자들에 부당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 박래군씨의 사례가 평화로운 집회 주최자에 가해지는 억압과 협박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 집회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 등의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평화로운 집회를 할 권리를 사실상 범죄화하는 것이다. 다수의 참가자들이 모이면서 길을 조금도 막지 않을 방법은 없다. 이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을지 아니면 중한 범죄인 일반교통방해로 기소할 것인지의 선택은 거리에서의 집회를 탄압하려는 당국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족은 집회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억압하고 정치 이슈화시키는 정부의 태도는 폭력과 극단적 대립을 초래할 뿐이고 민주주의 국가의 기초를 흔든 일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엄청난 피해에 대한 반응으로써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이 좀 더 확산되고 폭력적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법의 지배의 주요 요소인 책임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정부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불만족의 표현을 억압하는 접근방식의 전형적인 예인데, 이러한 접근은 달리 접근했더라면 인식된 문제점을 다루기 위한 연대와 협력을 장려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슈에 대한 입장의 극한적 대립을 초래한다.”

동문서답하는 정부

이 보고서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정부는 6월 15일자로 “Comments"를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의 ”Comments'는 ‘국내법이 국제인권법보다 명확하다.’ ‘몇몇 사람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물포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집회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주최자가 참가자의 폭력을 막지 않은 고의 혹은 막지 못한 과실이 있으면 민사상으로는 연대책임을 형사상으로는 자기책임을 진다.’ ‘신고된 경로를 의도적으로 이탈하여 교통에 큰 차질을 빚을 경우에만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된다.’는 등 동문서답형 또는 사실왜곡형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접했던 국내 집회 중 집회 자체가 처음부터 폭력적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집회를 막고 표현을 억압했을 때 집회를 지키고 의견을 펼치려는 이들과 공권력이 충돌했던 것이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평화적 집회에 대한 억압은 (민주주의의 부정이나 폭력의 유발 등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의식이나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확신 결여의 표현이다. 민주주의를 이해 못하고 국민을 불신하는 이들이 지배하는 나라에 대해 유엔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유사한 경고를 보냈다. 경찰 간부들을 급파하고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대사를 내세워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황당한 내용의 “Comments"를 내밀면서 유엔집회결사특보에서 보고서 수정을 요구했던 정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황필규 님은 공익인권법센터 변호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493 호 [기사입력] 2016년 07월 13일 15: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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