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청소년인권운동, 길을 묻다 ⑪ <끝>] 청소년인권운동을 바라보는 열 개의 시선

'청소년인권운동, 길을 묻다' 좌담회

정리- 전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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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 ㅁㅅ(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영선(교사), 준휘(교사), 근예(인권운동사랑방), 해밀(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윤종(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누리(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양아치(교육공동체 나다), 오범(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박조은미(청소년 다함께)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한 간략한 평가

ㅁㅅ
(네트워크 공동연구팀이)80년대 고등학생운동부터, 1995년 최우주씨가 헌법소원을 낸 이후에 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를 정리해왔거든요. 정리하면서 이후의 청소년인권운동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마련한 자리입니다. 먼저 지금까지 청소년인권운동의 흐름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나누고 시작하는 게 편할 것 같네요.

오범
2000년 이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전체 민주화 운동의 의제와 연관성 속에서 학내 대의기구, 직선제 등의 운동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90년대에 최윤진 교수가 청소년인권에 대해서 처음 논문을 쓰고, 최우주씨가 헌법소원을 한 이후부터 자유권을 주제로 삼은 운동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구체적인 의제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몸에 대한 통제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인상적인 큰 흐름을 형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체벌, 두발규제, 야자도 몸에 대한 통제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박조은미
최근에 와서는 두발자유나 그런 인권 의제가 많이 이야기된다고 생각해요. 두발자유운동으로서 ‘두발자유’가 상징하는 게 있고, ‘청소년인권’이란 말도 잘 와닿지 않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청소년인권’이라고 하면 통하는 의미가 생겼죠. 요즘에 와서는 운동 방식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알아가고 바꿔가고 있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누리
옛날보다 온라인이라든지 미디어, 이런 부분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담론들이나 조직이나 찾아갈 수 있는 손쉬운 방법들이 생겼죠. 예를 들어, 학교에서 맞고 머리가 밀렸는데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던 중에 인터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긴 거죠.

ㅁㅅ
교사운동은 어때요?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해서……

영선
인권이 중요하다는 관심을 가진 게 2005년이니까 얼마 안 됐는데, 그 전에는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 전에는 전교조가 시혜적으로 했던 면이 있는데, 강제야자 반대, 0교시 폐지 그리고 네이스 투쟁도 일부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관한 거였는데 그건 학생들을 주체로 생각해서 한 게 아니라 사실 학생들을 ‘위해서’ 한 거였죠.

청소년인권운동의 의미

양아치
전 청소년인권운동 하면 틈새를 찾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이데올로기화되는 과정을 생각할 때 틈새를 찾는다면 그 시기는 청소년기인 것 같아요.

위 사진: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누리 활동가(왼쪽), 청소년 다함께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조은미 활동가(오른쪽)

박조은미
중학교 때 저는 되게 많이 맞았어요. 노골적으로 맞는 애였는데 졸업하고 나서 내가 겪었던 청소년시기를 되돌아보면서 정말 인권과 같은 내가 당연히 누렸어야 하는 권리들을 되새기면서 한동안 분노의 세월을 보냈어요. 졸업하고 나서도 청소년인권운동을 계속 주시하고 이쪽으로 눈이 돌아갔던 건 지금의 친구들이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살지 않고 다르게 살 수도 있길 바랐기 때문이죠. 또 고1 되면서 생각하는 게 3년만 참자, 이러면서 현재의 권리를 유예하잖아요. 청소년인권운동은 내일이 아니라 지금 내 권리를 찾는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교사, 학부모 등의 주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누리
연대라는 게 힘을 모아서 억압하는 것들을 뒤집어버리는 건데 한편으로는 각 운동에 대한 모순들을 날카롭게 지적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교조 이번 집행부에서 활동하는 교사 중에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 학교 교사였거든요. 담임교사와 그 전교조 선생님 두 명이 있는 교무실에서 담임이 나에게 욕을 하다가 뺨을 때리는 분위기였어요. 저는 그때 전교조 교사를 봤는데 그 사람은 묵묵히 컴퓨터만 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전교조는 ‘체벌반대’ 같은 것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실천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청소년인권운동은 그런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선
그런데 헷갈리는 부분은 청소년인권운동을 학생들의 운동으로 잡으면 교사와 같이 하기가 어렵거든요. 왜냐하면 교사는 기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교사는 보살핀다고 해도 사실 보살핌이 통제가 되거든요. 그래서 청소년인권운동을 계속하려면 전교조를 탈퇴해야 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에요. 선생님들 기본 입장은, ‘청소년인권’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그럼 14세 이하의 범죄에 대해 부모가 책임지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왜 애들은 책임은 안지면서 권리만 이야기하냐. 교사들은 학생들의 책임과 권리의 관계가 불균형적이라고 이야기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ㅁㅅ
운동을 하다가 전교조한테 느끼는 실망이라는 건, 기대 때문에 느끼는 실망인 거죠. 다른 교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냥 실망하지 않고 싸우면 되는데……. 또한 전교조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감정이 있는 거 같아요. 하나는 자기들이 가해자라고 느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관리자로서 과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단 점이죠. 저는 이게 같은 측면인 것 같거든요. 과도한 책임이란 건 청소년인권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청소년인권운동도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참교육운동 또한 그런 것 같은데, 애들을 내가 확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조은미
저는 전교조와 연대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교조 뿐 아니라 운동이 서로 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세심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청소년인권운동은 전교조와 연대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근대사회에서 학교는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해왔잖아요. 학교가 존재하는 한 관리자의 역할을 교사가 담당하는 거고 그런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엔 끊임없는 긴장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도 학내 민주주의나 학교에서 가해지는 통제 같은 건 교사들에게도 통제로 다가오고 학생들에게도 통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같이 힘을 합치면 더 잘 할 수 있겠죠.

진보적 청소년인권운동과 사회운동과의 관계

해밀
저는 FTA 같은 사회적 이슈가 다른 사회단체들 간의 의무적인 연대 운동이라고 보진 않거든요. 청소년인권운동 진영 내부에서 FTA를 어떻게 청소년인권과 관련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면 연관되는 부분이 생기죠. 지금으로서는 두발자유 같은 이슈로도 청소년들의 힘을 모으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계속 운동을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운동이 필요하고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위 사진:교육공동체 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아치님.

양아치
‘왜 너희는 FTA에 연대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때 저는 그런 걸 느껴요. 사람들이 아직도 청소년인권운동은 미성숙한 것, 중요한 게 뭔지 모르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건 생각과 시선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인권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연대해야할 운동인데, 청소년인권에는 침묵하다가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에 대해서는 권력의 관계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운동에 대한 청소년인권운동의 입장

누리
2005년 내신등급제반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포함된 시민사회단체들 논의 과정에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쪽에서 ‘제발 집회하지 말아라’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어요. 그때 국가의 파트너로서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생각하게 됐죠. 교육운동진영이 내신등급제를 공교육 강화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였지만 청소년들은 내신등급제 때문에 오히려 죽을 맛이었던 거잖아요. 청소년인권운동이 타협으로 머물렀던 기존 운동들을 비웃으면서 더 크게 뒤바꿀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닌가…….

ㅁㅅ
지금 교육운동은 교사운동 중심이죠. 내신등급제의 문제를 보면 교육운동이라는 게 교사운동이 독점했을 때 드러날 수 있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전교조를 제어할 수 있는 단체라든가 세력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에……. 청소년운동이라는 게 더 진보적인 청소년의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만들어가는 방향이 되어야겠죠. 그래야 침체된 교육운동의 급진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근예
청소년인권운동이 교육제도에 대해 발언하는 건 자기 수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제도는 청소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인데 의견도 내지 못하고 다른 주체들이 결정하는 대로 끌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아있는 쟁점과 청소년 소수자 인권운동

준휘
학교 현장이나 전교조 차원에서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이주노동자 자녀들이에요. 한국학교를 정식으로 다니든, 청강 식으로 다니든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학교에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지역에 많아지고 있죠. 그 청소년들이 지금은 어리지만 탈학교 청소년이 되지 않는다면 곧 중·고등학생이 되는데 지금 같은 폭력적인 학교 시스템에서는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영선
저는 청소년 소수자 인권 운동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인간이 혁명이 가능한가, 인간에게 혁명적 사회가 가능한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고민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거죠. 저는 교실 청소나 학생들 두발에는 신경을 안 쓰는데, 급식지도에 들어가서 누가 남의 돈까스를 먹는가 아닌가는 민감하게 하거든요. 그걸 지도하지 않으면 결국 힘이 약한 애가 못 먹는 거예요. 애들끼리의 권력 관계에 대해 외부적 억압이 없었을 때도 어떻게 조화를 이뤄내는가는 중요한 문제죠. 조화로운 인간이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소수자인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이 말하는 청소년인권운동의 방향

양아치
청소년들이 살아온 과정들은 가족이나 학교에 의해서 끊임없이 의식화되어온 과정이잖아요. 가족이나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온 건 어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두려움과 무의식적인 무언가를 각인시켜온 거거든요. 그걸 깨지 못하면 인간해방, 혁명이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구요. 운동이라는 게 인간의 평등-공통점만 보게 되면 인간이 갖고 있는 차이들을 간과하게 되는데, 그런 차이들을 인정할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하면 혁명 뒤에도 더 끔찍한 세계가 될지도 몰라요. 이런 걸 조금이라도 빨리 해야 하는데 하나하나 서로 다른 부문들을 같이 묶는다는 게 쉽지 않은 거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준휘
교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청소년인권운동은 힘든 운동이죠.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인권은 교사의 인권에 비례하더라고요. 결국은 교사인 나를 위해서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이 서로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봐요.

영선
교육운동의 담론을 전교조가 주도하는 때는 지났고, 청소년인권운동이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교무실보다는 교실 상황이 그래도 희망적이에요.

오범
청소년인권운동이 청소년시기에만 할 수 있고 그때만 유의미성을 갖는다는 편견, 그리고 나이를 특권화하는 방식으로 정당화하면 안될 거 같아요. 또 독자적인 사회운동으로서의 청소년인권운동은 아직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어떻게 사회 문제를 인식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함께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박조은미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다른 사회문제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주입받고 억압받는 과정들이 해체되는 것은 전사회적으로, 또 인권운동으로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리
저는 지금 대학생이지만 청소년인권운동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청소년인권운동은 아직 관료화되지 않았고 여전히 무궁무진한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운동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근예
청소년인권운동이 한해살이 운동이었다는 한계가 있었죠. 지금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당분간 청소년인권운동은 생존하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네요.

해밀
청소년 당사자가 자신이 진정 바라는 욕망이나 진정으로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서 솔직해질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한 운동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요.

윤종
인권감수성을 키운다는 것은 자기가 가해자의 위치에 있던 피해자의 위치에 있던 횡단을 하고 욕망의 개념도 넓혀서 만들어가는 운동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운동을 하는 주체들의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조금 막막해요.

ㅁㅅ
많은 사람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눈을 감았지만, 청소년인권운동은 부당한 교육과 학교에 저항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항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잘못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중요하죠. 스스로를 확장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어가는 건 중요하고, 그 힘을 가지고 타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청소년인권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당연한 거죠. 불편함이라는 게 청소년인권운동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불편함이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인권오름 제 54 호 [기사입력] 2007년 05월 15일 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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