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교복에 갇히지 않을 거야

[삘릴리~ 학생인권 마술피리] (6)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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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권오름>은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연속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학교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뒷짐 진 국가의 태도 역시 여전합니다. 학생인권을 지원하는 법률과 정책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학생과 교사들이 일어선다면 일구어낼 수 있는 변화는 많습니다.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로서 학생인권에 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학생인권을 부르는 마술피리가 되어 인권이 꽃피는 학교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중 청소년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1)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2)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3) 13세에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4)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정답이 너무 많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설명은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청소년을 규정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청소년을 어느 한 단어로 설명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청소년들 중 어떤 이는 학교를 다니지 않을 수도 있다. 소위 성인이 되어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가 있다. 질풍노도가 특정한 시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도 청소년을 규정하는 연령은 다르다. 결국 청소년을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말 같지만 청소년 개개인을 정의하기에 각각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는 청소년들이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또한 ‘학생’이라는 신분으로만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다양성’은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골칫거리 정도로 여겨지면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학교는 차별 공작소?

교육내용이나 진학지도, 학생들 사이의 관계와 문화 등 교육과정 전반에서 학교는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이 차별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계를 다루는 과목이나 운동을 할 때 여학생을 빼거나 가정생활에 필요한 덕목을 강조하면서 실내 장식이나 응원 등을 여자의 역할로 나누는 것, 여학생에게 치마만 허용하고, 진로 지도를 할 때도 남학생은 직업을 전제로, 여학생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경우 등은 그 예가 될 수 있다. 학교는 ‘여자다움’, ‘남자다움’이라는 틀 속에 학생들을 끼워 맞춰 성별분업을 재생산하지 않는지, 아예 동아리 회장이나 임시회장 등을 남학생으로 지정하는 등 성차별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 않은지 교육 과정 전반을 살펴야 한다.

위 사진:한 고등학교에서 만든 청소년 성소수자(이반) 관련 상담 지침.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학교 측의 무지와 편견이 그대로 들어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성정체성을 매개로 한 차별도 심각하다. 여전히 교과서 자체가 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되거나 묘사되어 있어 성소수자인 학생의 경우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동성애자는 변태라거나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등 부정적으로 성소수자를 묘사하고, 성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거나 문제아처럼 여겨 훈계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짧은 커트머리에 스타킹을 안 신거나 셔츠 윗단추를 풀고, 여자끼리 손을 잡고 다니는 경우 등을 성소수자의 특징이라며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을 ‘단속’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강화함으로써 성소수자인 학생들을 폭력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해 교사, 학생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의 폭력이나 따돌림 등을 중단시키고 예방하기 위해 성소수자 이해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위 사진:한 출판사가 만든 제7차 교육과정 사회과 교과서에 소개된 장애인의 모습.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거나 ‘비정상인’으로 장애인을 묘사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학생은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것부터 하늘의 별따기다. 편의시설이나 특수학급, 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특수학교 입학을 종용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사히 일반 학교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졸업은 더더욱 어려운 일. 편의시설이 없는 교실 접근이나 적절한 지원이 불가능해 특정 수업에 아예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데려가는 조건으로 장애학생에 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장애학생의 부모에게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 수학여행에 동행하되 학생들이 탄 버스에 동승하지 말고 개인 승용차로 뒤따라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학교의 지원책임을 장애학생이나 그 가족에게 돌림으로써 이들을 교육 과정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주민 학생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전·입학이 조금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입학을 한 이후 별다른 지원이 없어 차별을 불러오고 있다. 이주민 학생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고 한국어 수준만을 고려해 학년을 배치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급을 분리 운영해 불필요한 격리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어 교육이나 이주민 학생들의 종교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다문화 교육, 문화교류 활동 등 필요한 지원이 되지 않아 ‘스스로’ 알아서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학교 시설 또한 사회적 소수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어 있어 문제다. 화장실 이용 시간은 여학생이 더 길지만 설치된 변기 개수는 남학생 화장실에 설치된 대·소변기 개수에 비해 적은 것, 보건실이 성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거나 남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보건실에 생리대 판매기가 설치되어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등 여학생의 몸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학교의 재정이 어렵다거나 오래된 건물이라 어쩔 수 없다며 경사로나 화장실 등 장애학생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도 차별이다. 설령 설치를 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화장실이 한 층에만 설치되어 있거나 폭이 너무 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 어렵다면 이 또한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시설 부족’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학교의 주장은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을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며, 결국 차별적인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비밀은 원래 공개하라고 있는 거?

학교당국이나 교사에 의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개인 정보가 드러나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학생의 성정체성을 다른 학생에게 공개하거나 부모에게 알리는 것 또한 차별을 부추기는 처사다. 중2 때 성정체성이 주위에 알려졌던 한 학생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업 시간에 발표는 꿈도 못 꾸고, 화장실 갈 때마다 시선을 참으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런 고민을 상담 교사에게 고백하자 “그러게 네가 조심했어야 한다”며 “남자를 좋아하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인종적 소수자나 북 출신 이주민 등의 학생에 대한 개인 정보 또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학생들 또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출신 국가나 지역을 알게 되는 순간 곧바로 차별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셋넷학교 상담 사례집을 보더라도 북 출신 이주가 알려진 학생에게 친구들이 “사람 고기 먹어봤냐”는 등 빈곤의 상처를 헤집는 질문을 함부로 던지거나 모욕적인 발언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위 사진:교복으로 우리를 가두진 못해 [출처;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다 똑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똑같은 교복 속에 숨어 있는 다른 경험과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가치들이 학교 안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학교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넘길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연수를 전체교사에게 필수적으로 제공하고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상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학생이 되라’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를 고려한 교육 과정과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몸으로 터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여섯째 소절 :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 학교당국은 교육과정에서 여성이나 장애,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내몰린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상관없이 모든 교육활동에 제한 없이 참여할 권리가 있다. 또한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특성과 요구에 따라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 집단을 분리해 교육시켜서는 안된다.
○ 학생은 배움을 누리는 데 필요한 편의 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학교 당국은 사회적 소수자에 처한 학생들의 몸과 특성을 고려해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부적합할 경우 즉각 개보수해야 한다.
○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비밀유지 등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덧붙이는 글
영원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www.dlhre.org)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4 호 [기사입력] 2008년 07월 29일 2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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