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수다] '부동산 대란' 진보의 대안은?

"정부의 '집값 낮추기' 정책은 대안 아니다"

정리 - 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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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강성준(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수다쟁이: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임동근(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지난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반값아파트’ 주장으로 집값(분양가)의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됐다. 이어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 어지러운 정책이 잇따라 제안되거나 약속되었다. 이들 정책은 모두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높은 집값을 낮추려는 ‘집값 낮추기’ 전략에 속한다. 은 이들을 평가해보고 주거권의 실현에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수다는 1월 11일 오전에 진행되어 이날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1.11대책’은 안타깝게도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다.

#1. 쏟아지는 분양방식들,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위 사진: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
(윤순철) 현재 집값이 비싸다는 건 다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짚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것은 택지비와 건축비인데 그 거품을 빼지 않는 상태로 분양방식만 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이 거품이 빠지지 않으면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죠.

(임동근) 하나하나 따져보죠. 우리나라에서 공공이 소유하는 땅은 지자체가 관리하는데 공공사업자에게 빌려줄 때는 무이자나 무상대여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토지임대해서 짓겠다 하면 (집값을 떨어뜨리는데) 효과가 있기는 있어요. 하지만 토지임대부(*)처럼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분양주택으로 써먹는다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환매조건부(*)로 가면 공공이 강하게 규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파트 단지 몇 개에서 ‘스트라이크(집단행동)’가 생길 겁니다. 아파트 단지 몇 개면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도 바꿀 수 있죠. 이렇게 되면 환매조건부 계약 자체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윤순철) 솔직히 투기는 심리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을 사죠. 집값 떨어질 것 같으면 사라고 해도 안삽니다. ‘11.15 대책’처럼 신도시 한다고 하면 집값이 오릅니다. 대지임대부, ‘반값아파트’ 하면서 용적률을 손댄다고 하는데 이건 정주여건을 악화시킵니다. 일단 많이 공급하고 싸게 줄테니 어떻게 살 지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죠. ‘건축비 뻥튀기’를 잡지 않으면 고분양가를 막을 수 없고, 땅값은 임대료로 내야 하니까 거품을 빼지 않은 분양방식은 근본 처방이 아닙니다.

(임동근) 사과 2개 패키지로 2,000원에 팔던 것을 1개 1,000원에 팔면서 반값이라고 하는 거죠.

(윤순철) 환매조건부는 이미 도입됐다가 실패했죠. 결정적으로 전매(*)가 가능한 게 문제입니다. 전매라는 게 사인간의 거래여서 시세 차익이 커지면 전매할 수 있습니다. 이익이 몇 억이 남는데 벌금이 천만 원 나온다고 해서 안하겠습니까? 법으로 이 거래를 제한할 수 있겠지만 범법자를 양산할 것입니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실련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공공택지는 팔지 말고 공공주택을 짓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는 시범사업 정도로 시작해서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미류) 그동안 주택이나 부동산 문제가 경제주체들 사이의 사적인 문제로 다뤄져왔다면, 지금 쏟아지는 정책들은 이걸 공공의 정치적 문제로 올려놓는 데 한 역할을 했습니다.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지적들도 많지만 그걸 떠나서 아파트 값에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만들어진 거죠. 하지만 인권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쏟아지는 정책들 속에 여전히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아파트들에 누가 들어가서 살 것이며 누구를 위해 그 아파트들을 짓느냐는 문제 말입니다.

#2. 후분양제·원가공개 왜 안 되나?

위 사진:민주노동당 임동근 정책연구원
(임동근) 후분양제(*)는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한편, 공공부문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회계장부를 공개 안하겠다는 억지입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폭리가 많으면 다른 경제주체가 들어가서 적정수익률로 시장의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데, 주택시장은 독점이니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좌파의 시각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우파의 시각입니다. 그런데도 안되는 것은 결국 정치자금, 딱 그것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건설로 경기 부양하려 한 사람, 건설로부터 자금을 받아 정치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윤순철) 역사적으로 선분양 제도는 정부가 주택문제를 포기했던 결과입니다. 주택문제가 사회문제로 제기되었는데 정부가 지출할 돈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면서 건설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소비자로부터 선납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거죠. 이걸 후분양으로 바꾼다고 정부가 1995년에 발표했는데, 건설업체에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가격규제부터 없애라’고 로비하니까 가격은 자율화해주고 선분양을 유지시켜버린 거죠. 법적으로 건설업체의 고분양가를 규제하는 방법이 사라진 겁니다. 그래서 경실련은 선분양 하려면 원가공개(*)로 가격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합니다. 원가공개가 되면 기업회계와 행정이 투명해지고 공무원의 부패소지가 없어지죠. 공급이 축소된다고 하는데, 이윤이 있는데 장사 안하는 사람 없습니다. 건설업체가 폭리구조를 놓치기 싫으니까 저항하는 겁니다.

(임동근)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공급의 값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면서 가장 대책이 없는 방법입니다. 부작용이 워낙 많은데다 집값은 지역별로 격차가 크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폭리를 잡더라도 전반적인 집값 하락 효과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윤순철) 근본적으로 경실련이 보는 주택문제의 핵심은 (건설업체·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개발5적의 해체입니다. 원가공개는 필요하지만 가격의 적정성만 따지다보면 우리 사회의 개발주의에 대한 문제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개발5적을 해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원가공개나 후분양제를 주장하는 겁니다.

#3. 공급부족이 문제인가?

위 사진:인권운동사랑방 미류 활동가
(미류) 계속 아파트를 짓고 가격만을 통제하는 것으로 주택·부동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요? 또 집값이 떨어진다고 이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까요?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정책이 저소득층의 주거지를 빼앗고 저렴주택 재고를 떨어뜨리면서, 정작 새로 지어진 주택에는 그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일이 반복되죠. 주택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있고 그 사람들이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느냐가 정책의 의제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윤순철)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상식이죠. 그런데 주택은 이미 엄청나게 공급되었습니다. 정부가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려면, 즉 신규 주택이 투기감이 안되려면 주택 소유자에게는 신규주택 공급을 부분적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또 공공택지는 팔지 말도록 해야 합니다. 공익적 목적이라면서 강제로 땅을 빼앗았는데 왜 정부가 땅장사를 하는 겁니까? 이걸 규제하려 하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건설경기 활성화’이고 건설사가 강하게 반대합니다. 정부 부처 사무관급 정도 되면 업계에서 관리가 들어갑니다. 이런 구조를 깨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류) 경실련의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과 개발5적을 해체하는 방향에는 의문이 듭니다. 거품을 뺀다는 게 아파트를 정상적인 상품으로 돌려놓는다는 의미일 텐데, 일테면 뉴타운 지역에서 쫓겨나게 될 사람들이 아파트값 거품이 빠졌을 때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또 아파트값 거품에 당장 관심이 있을까요?

(임동근) 뉴타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또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장을 좁혀서 지금까지 누가 돈을 제일 많이 먹었나 보면 시행사이고 조합입니다. 1가구1주택인 작은 집주인들도 ‘뻥튀기’로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겁니다. 재개발·재건축은 너무나 많은 경제주체들을 아주 이기적이고 천박한 자본주의 주체로 바꿔버립니다. 농담처럼 얘기하는 건데 아주 살기 좋은 마을을 망가뜨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재개발 지구로 묶어버리면 됩니다. (웃음) 공동체가 파괴되죠. 신도시와 도심재개발에 이어 지방과 주상복합으로 옮겨가고 있는 건설회사들의 ‘전국투어공연’이 문제입니다. 건설장비들을 과감하게 외국으로 내보낼까요? (웃음) 너무 과잉입니다.

#4. ‘집값 낮추기’ 전략과 주거권 운동의 방향

(강성준) 국민 대부분이 자기 집을 가지게 되면 그것만큼 안정적인 주거가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 가능할까요? 주거권 운동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임동근) 공공이 전세임대아파트를 만드는 것은 중산층에게 탁월한 영향을 미칩니다. 돈도 별로 안 듭니다. 월세아파트는 공공이 손해 안보고 장사하려면 30~40년 돌려야 하는데, 전세아파트는 처음에 전세금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정부는 돈을 워낙 안 쓰려고 합니다. 선진국은 3-4% 정부지출을 쓰는데 2007년 건교부의 주거안정 예산이 600억 원으로 전체의 0.1% 정도입니다. 한편으로, 주택분양시장의 개선이나 임대주택 확대는 소득 10분위 중 3~5분위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지만 그 아래 계층은 국가가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150만~200만 가구로 추산됩니다. 위에서 잡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래쪽은 아무도 이슈화시키지 않고 언론에서도 안 다뤄주는 잊혀진 존재입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언론의 관심이 분양주택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윤순철) 주택시장에서 정부 역할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저는 경제력이 있는 쪽은 자기 여건에 맞게 시장에서 추가주택을 교환하도록 하고, 그 아래는 정부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득순위 1~2분위에는 주택을 무상 수준으로 공급하여 생활안정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주거를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죠. 프랑스 국민이면 이 정도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죠. 우리나라는 최저주거기준이란 게 방이 몇 개냐 이런 거나 따지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임동근) 솔직히 경실련에서 하는 것은 아주 건전한 우파들이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을 하는 겁니다. 건전한 우파들이 없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우파걱정을 해줘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죠.

(윤순철) 경실련이 다른 사회단체와 연대활동을 해보지 않았는데, 같이 한다면 공공주택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서 사회요구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주장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지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계층에게 혜택이 갈 수 있습니다. 올해는 주택청 신설, 개발5적 해체로 싸움을 해보려고 합니다. 대선 끝나면 정부부처 개편 얘기가 나올 텐데, 건교부를 해체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임동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 건설을 중앙부처로 만들어 보호하고 개입하는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 슬로바키아 정도입니다.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또 예전에 교육지출 5%처럼, 주거복지 관련 예산 1% 확보를 아이템으로 해야 합니다. 지금의 10배입니다. 한편, 주거복지 문제와 분양문제는 섞이기 힘듭니다. 분양시장이 합리화된다고 해서 주거복지가 해결되지는 않죠. 주거복지 측면의 접근은 사회복지 분야,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이 움직이는 게 훨씬 설득력이 많을 수 있습니다. 같은 집문제라고 해서 같이 엮이면 행보가 꼬일 때가 있을 겁니다.

(미류) 인권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 시선을 돌릴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표현이 어떻든 주거복지의 문제, 취약계층의 문제에 관심이 있고 드러내려 합니다. 하위 10-20%의 사람들은 하강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희망 자체를 도둑질 당하고 있죠. 정말로 필요한 영역에 대한 정책논의나 예산분배가 안되는 문제는 전체 운동진영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토지임대부 분양 :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아파트 건물은 분양을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토지분만큼 임대료는 낮아지게 된다. 지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막자는 취지로 제안되었으며 입주자는 매달 일정한 토지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분양 : 토지임대부 분양과는 달리 현재처럼 분양받은 사람에게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 모두를 인정한다. 단, 분양받은 사람이 아파트를 매도할 경우 반드시 공공에 되팔도록(환매) 하는 방식이다. 이때 발생하는 차익을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이자로 고정시킴으로써 분양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전매 :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입주(등기)를 하기 전에 분양권을 파는 행위.

△후분양제 : 현행 선분양제는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건설업체가 입주자로부터 선납금을 받아 아파트를 건설하게 된다. 하지만 입주자 입장에서는 건설원가를 추정하기 힘들고 중간에 건설업체의 부도로 건축 자체가 중단되기도 하며 내장재나 일조권 등 세부사항을 확인하지 못하고 계약할 수밖에 없어 일정 공정 진행 후 분양하는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후분양제는 지난해 서울시가 전격 도입을 선언했고, 정부는 2008년부터 분양가능한 공정률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분양원가 공개 : 택지비, 건축비 등으로 이뤄진 분양원가를 공개해 건설업체의 폭리를 드러냄으로써 분양가를 낮추자는 방안이다. 다만 건설업체가 생산원가를 공개하더라도 적정 개발비용(이윤)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또 분양가격 자체가 이미 너무 높아 분양원가 공개만으로는 분양가를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공개를 반대하는 측은 시장원리를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1.11 대책’에서 일부지역 민간아파트에서 이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일부 항목만 공개하기로 했으며 항목 중 택지비는 감정평가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 분양가의 구성요소 중 택지비는 공급원가와 금융비용을 합한 원가로. 건축비는 원가와 건설업체 이윤을 포함한 비용으로 정부에서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분양가의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1.11 대책’을 통해 현재 공공택지에서 시행중인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영역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인권오름 제 37 호 [기사입력] 2007년 01월 17일 14: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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