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움직이는 학교, 세상 속으로 고고씽~

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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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School? 움직이는 학교? 뭐야 그게?

내가 다니는 제천간디학교에선 ‘무빙 스쿨(Moving school)’을 진행해. 움직이는 학교, 발 달린 학교 등 별명이 많은데, 3주 동안 자기가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체험학습이야. 예산에서 숙식, 계획, 섭외까지 전부 학생 스스로 기획해야 해. 인권, 평화, 환경, 음악, 영상, 경제, 예술, 뮤지컬 등 주제는 굉장히 다양하지.

이번 움직이는 학교 때는 뭘 하지?
식사는 여기서, 그럼 식비는 요 정도 들겠군.
버스로 여기부터 여기까지, 차비는 이 정도면 되겠고.
어떡해! 잘 곳을 못 구하겠어. ㅠ.ㅠ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그곳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싶은데요.
이 단체(개인)는 안 된대.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해.

한창 기획하고 단체를 섭외할 때 우리들의 모습이랄까? ㅋㅋ

3주간의 움직이는 학교를 무사히(?) 마친 간디 원, 투, 쓰리. 그 에피소드 속으로~

올해 움직이는 학교의 주제로 ‘인권’을 잡은 혜림, 이원, 태진 세 사람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함께 ‘미학혁명’ 프로젝트, 그러니까 ‘4.14 청소년인권행동의 날 -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 청소년 거리행동을 기획・준비하게 되었다.

“너희, 단체 잘못 선택한 거야~” - ㅈㄴ
“?????” - 간디 셋

이 말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은 나! 학교에서도 정말 무지막지하게 많이 하는 회의를 도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홍보 일정도 장난이 아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등교 길 홍보, 3시쯤엔 하교 길 홍보. 주말엔 번화가 홍보. 노원구 찍고, 강서구 찍고, 강동구 찍고, 관악구 찍고, 중구 찍고, 서대문구 찍고……. 3주 동안 쉬지 않고 서울 곳곳을 제대로(!) 여행했다. 처음 잡았던 예산을 너무나도 쉽게 뛰어 넘어버린 교통비. 김밥집은 단골이 되어버렸다.

vs. 교사+경찰!

학교 앞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데 나타나신 그 분들. 뭐가 끼었는지 매일 홍보만 나갔다 하면 교사랑 경찰이랑 부딪히는 독박을 쓰던 ㄱㅎ에게 ‘힘내~!!’라고 격려만 했었는데……. 어느새 내 앞에도 세 명의 교사가 나타나 철저히 ‘다굴’당했다. 강동구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지? ㄱㅎ에게 시비 걸다 학교 앞 홍보가 왜 불법이냐고 조목조목 따지는 ㄱㅎ에게 밀린 경찰 왈. “사람이 왜 그렇게 법대로만 살려고 해요?”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적어도 경찰은 이런 말 하면 안 되잖아~

사건들도 왜 그리 연이어 터지는지. “강제이발 당했어요.ㅠㅠ”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당했어요.” 인천의 산곡중학교(학교명 썼다고 잡혀가는 거 아니지? 학교 이미지가 중요하다면 학생인권도 중요하다는 거 알지? 그렇지? ㅋㅋ)에 가서 학생들 인터뷰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난생 처음 성명서까지 썼다. “저, 저기…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청와대 앞으로 뛰어! ‘미학혁명’ 준비하는 틈틈이 한미 FTA 반대 촛불문화제 갔다가 뜀박질도 원 없이 했다. 전경버스 사이를 기어서 지나가 뛰고, 전경들을 향해 눈빛 한번 찌르르 날려주고, 또 뛰고~ 결국 경복궁역 앞에서 포위당했다. 전경들 사이로 막 뛰어가는 게 재밌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

공부 = 국・수・사・과・영?

흔히 ‘공부’하면 수학・영어 같은 교과들만 떠올린다. 무엇을 위해? 수능과 좋은 대학을 위해. 어째서 수능을 위한 교육이 된 걸까? 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책상 앞에 앉아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푸는 것만이 ‘공부’인가? 하루 종일 학생을 학교에 묶어놓고 오로지 ‘좋은 대학을 목표로 삼은 공부’만 시키려 하고 개인의 관심과 적성에 따른 교육,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은 하지 못할망정 집회나 학생들의 주체적 학내외 활동은 무시하고 억압하려 하나? 그 활동 또한 하나의 ‘공부’이며 그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이 많다는 걸 모르나? 그럼 내가 이번 움직이는 학교 하면서 얻은 걸 말해볼게. 잘 들어봐~

3주 동안 어떻게 지낼지 프로그램 짜는 거 장난 아니다. 어떤 주제를 잡을지, 어떤 일을 할지,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느낄 건지 스스로 정해야 하고, 예산이랑 숙식도 다 해결해야 해. 기획력 UP! 집회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고 뛰어본 경험도 많은 걸 가르쳐 주었어. 여러 회의를 통해 한 가닥씩 집회를 만들어 나갔지. 집회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알게 되었고, 경찰서에 ‘신고’(집회 ‘허가’ 받으라고 하는 분들, 공부하세요! 특히 교사들!!)하는 방법도! 기자회견과 진정서, 성명서 발표 등 언론과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에도 참여했지. 홍보 도중에 교사들과 경찰들이 광고물관리법을 들이대서, 그에 반격하기 위해 법공부도 조금 했다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의 삶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 지난번 FTA 반대집회에 참여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까지. 왜 그 답답한 집시법까지 뒤집어엎고 집회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어. 국어・수학 공부(입시교육)보다 훨~~~씬 더 얻는 게 많았다고.

위 사진:지난 4월 14일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미학혁명)'는 제목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모여 청소년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어. 신나는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은 아직 미숙하니까 학교에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정말? 정말 그럴까? 4.14 미학혁명 때 나와 지지발언을 해주신 ㅇㅅ쌤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것들이 뭘 알겠어?’란 생각을 깨버려야 한다고. 우린 사회로 나갈 준비에 만족할 수 없어. 지금 여기서 사회에 참여하고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청소년의 사회참여는 사회에 대한 일시적 체험을 넘어서, 우리의 의견을 표현하고 외치고, 어리고 미숙한 존재가 아닌 떳떳한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야. 아직도 청소년을 무시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고? 두고 봐~ 우리의 외침과 행동을 계속 무시하다간 큰코 다칠걸?!!

[끄덕끄덕 맞장구]

태진, 혜림, 이원 세 사람을 처음 만난 순간이 기억나. 사각사각 풋사과 한 입을 베어 문 느낌이랄까? 봄볕 아래 하늘거리는 들풀 속을 거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그대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지.
‘움직이는 학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어. 그래 이거다 하고 말이야. 그리고 3주간 함께 머리를 맞대어 서로의 부족한 생각을 채워주고, 사전 홍보와 거리행동에서 서로 힘을 나누면서, 청와대를 향해 함께 손잡고 달리면서 움직이는 학교의 진정한 의미를 절감할 수 있었어.
많은 청소년들이 가족과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잖아. 그 유배지에는 보호와 대리결정은 있어도 자기결정과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지. 그렇게 청소년들은 미성숙을 강요받고 학습받고 있어. 성숙해져야 한다면서 세상이 강요하는 공부에 얽매여있는 동안, 오히려 미성숙해지는 역설이 여기서 발생하지.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미성숙을 근거로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불온시하고 ‘어린 것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해버리곤 해. 이런 낡은 생각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세상에 나와 존재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야 해. 좁은 의미의 학교를 깨고 ‘세상이 또 다른 학교’라는 생각을 확산시켜야 해.
점점 더 많은 청소년들이 힘든 조건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내어 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여기에 만족할 순 없지. 사회 참여는 학교 공부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해. 그렇게 하려면 학교 공부의 내용과 형식이 엄청 많이 변해야겠지?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학교가, 청소년을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경직된 학교가 꿈틀~ 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장풍 세례 좀 날려주자구~ [배경내]
덧붙이는 글
◎ 태진 님은 제천간디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입니다.
인권오름 제 50 호 [기사입력] 2007년 04월 17일 1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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