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깔깔] 시위에 대한 네가지 시선

일침회
print


#1. “차도까지 꽉 메운 저 시위대 좀 봐라” : 일단 거친 말 한 마디 내뱉는다, 어느 택시운전기사
뭐야? 또 시작이야? 주말이라고 오늘은 더 많구만. 길바닥에서 저렇게 해가지고 바뀐다면 나도 백 번은 나가겠다! 하여튼 주말이면 아예 시내 나올 생각을 말아야지, 젠장. 잘못 생각했어, 에잇! 오늘도 사납금 10만 원 채우기는 그른 건가? 어젠 목숨 걸고 총알 몇 번 왕복해서 겨우 채웠는데, XX. 오늘도 꼬박 12시간 쌔빠지게 일해도 사납금도 다 못 채우겠구먼, 이 상태라면……. 내일 월급날이네... 이번 달은 사납금 못 채운 날이 많아서 제대로 월급도 안 나오겄네. 아 XX, 이 ××!!! 어디서 끼어들어, 끼어들기는!!!

첫째 학원비 내야 한다고 했고, 어머니 보험료도 내야하고, 수도세 전기세도 밀렸다고 걱정하던데…. 도대체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녀도 저축은커녕 생활비도 빠듯하고 계속 빚만 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거야! 젠장!

(그때 라디오에서는 한 달 새 수도권 집값이 억대로 들어선 아파트들의 이름이 나온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돈 갖고, 집 갖고 돈 벌려는 인간들 천지구먼. 다 한통속이니까 부동산정책을 요따구로밖에 못 내놓지. 서민들만 죽으라는 거지 뭐야. 주택부금 깨가지고 어머니 보험료랑 공과금을 내야 하나? 그럼 계속 월세로 살아야할텐데…. 보일러도 손봐야 하고…. 가스비는 또 얼마나 오르려나? 고마 미치겄구만. 도대체 교통순경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저런 빨갱이들은 다 잡아가야혀. 얼른 길을 터야 할 거 아냐? 비싼 돈 주고 대학 보내니까 길바닥에 나와 데모나 하고 있고! 에이~ 죽겄네, 참말로. 퉷!

(빵빵 - 경적을 힘껏 눌러댄다. 시위대의 목소리와 뒤엉켜 경적 소리는 이내 묻히고 만다.)

“전기, 가스, 수도 - 공공서비스 개방에 반대한다! 사회공공성을 보장하라!”
“국민생존권 위협, 빈곤과 사회양극화 심화, ‘제2의 IMF' 한미FTA 반대한다!”
빵빵…

#2. “그렇게 맞으면서도 모여서 저렇게 외치는 걸 보면 정말…” : 무표정 뒤 오만가지 생각 가득, 어느 전경
오늘도 작전이다. 오늘은 한미 FTA 반대시위다. 이제 전역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시위대와도 안녕이다. 시위대 폭행? 누군 때리고 싶어서 때리는 줄 아나? 나는 경찰 소속이긴 하지만 군대 대신 왔다. 그러니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치만 시위대만 보면 미쳐서 방패를 날리는 동료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가만있는 우리에게 다짜고짜 욕하고 뭔가 집어던지는 시위대를 보면 눈이 돌아갈 때도 있지만, 우루루 몰려가 방패로 찍고 발로 걷어차는 동료를 보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성격이 점점더 폭력적으로 변하는 거 같기도 하고…….

TV도 그렇고,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한미 FTA가 문제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을 이렇게 시위한다고 중단될 리 없지 않은가? 제발 삽질하지 말고 주말엔 그냥 집에서 좀 쉬어라. 이 데모꾼들아, 우리도 좀 쉬게….

사실 우리만큼 시위대가 하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도 없을 거다. 시위할 때 우리가 시위대와 시민들 사이에서 시위대를 격리시키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시위대의 주장을 가장 가까이서 듣게 된다. 시위대의 말을 들어보면, 한미 FTA가 시행되면 문제가 크긴 클 것 같다. 약값도 올라가고, 물값도 올라가고, 하여튼 돈 없는 놈들은 죽으란 얘기다. 우리 집도 중학교 때부터 가정형편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부모님 모두 일 하시는데도 점점 살기는 어려워지기만 하니. 제대하면 나도 얼른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취직은 잘 되려나? 돈 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잘 산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위한다고 그런 게 해결될 리가 있나? 이렇게 시위하느니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돈 버는 게 낫지. 노력도 안하고, 공부도 게을리 하니까 돈을 못 버는 거 아냐? 가난한 건 어떻게 보면 다 이유가 있다. 모두가 다 부자가 될 수는 없잖아?

#3. “시민한테는 길을 터 줘야 할 것 아니예요!” : 내 갈 길 막지 마라, 어느 취업 준비생
오늘 할 일은 서점에서 토익책 사가지고 학원 가서 토익 신청하고 그 다음엔 스터디. 오늘 밤에는 이력서 10개는 써야 되는데. 지겹다, 이력서... 벌써 낮 2시 반, 수업이 3시니까 서점 들렀다 가려면 서둘러야겠는걸! 이번에 살 책 가격은 만구천 원. 그래도 싼 편이다. 똑같은 저자의 책만 벌써 다섯 권 째. 이 인간은 돈을 그냥 쓸어 담는구만. 나도 취직이고 뭐고 다 집어치고, 영어 공부나 죽어라 해서 토익책 장사나 할까? 취직이 안되니 별별 생각을 다한다, 정말. 휴우~

뭐야, 저 사람들? 또 데모야? 오늘은 좀 큰 건인가 보네. 전경차가 하나, 둘, 셋…. 할일이 그렇게도 없나? 뭐라는 거야? 한미 FTA 반대? 하여간 무조건 다 반대지. 그렇게들 자신이 없나? 남들 놀 시간에 영어공부하고 1평짜리 고시원 쪽방에서 몇 년씩 썩어가며 남들 잘 시간에도 뜬눈으로 밤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렇게 만날 데모나 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야지, 경쟁력을! 국가경쟁력 떨어뜨리는 저 인간들 때문에 괜히 나까지 피해를 볼까 무섭다, 정말.

엥? 인도도 막은 거야? 전경 아저씨, 방패 좀 치워요! 아니, 인도까지 다 막으면 어떻게 하란 거야? 시민들한테 길은 터줘야죠! 이 책 안 보여요? 학원가야 한다구요! (이크, 어느새 3시 10분 전) 빨리 비켜요! 나 취직 안 되면 당신이 책임 질거야?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길로 나오냐구?” : 오늘도 힘껏 외친다, 어느 집회 참가자
하여튼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어. 엄마는 남의 속도 모르고! 만날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니까 지금 이렇게밖에 못 살지. 나라에서 해준 게 뭐가 있냐구.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라 반대하면 무조건 안된다는 엄마를 이해 못하겠어, 정말! 여태 묵묵히 일해 온 엄마같은 보통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 만들자고, 길로 나오는 건데, 엄만 그것도 모르고…….

(투덜거리며, FTA 반대 집회 참가를 위해 버스 타고 광화문으로 가는 중, 라디오에서 “집시법 개정안에 집회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대체 어쩌자는 거야. 감기 걸려도 집회 나오려면 마스크도 쓰지 말아야 하는 거야? 왜~ 화장이라도 진하게 하면 변장했다고 잡아가지~ 참, 어이가 없다, 뷁. 합법적으로 집회 참가하고 있어도 계속 사진 찍어대는 게 누군데! 영장도 없이 사진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찍어대는 데가 어디 있냐구! 어휴~ 경찰들 이름표라도 달고 다니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을텐데.

오늘은 꽤나 많이들 모일 것 같은데, 그러면 전경들도 많겠지? 방패랑 헬멧 쓰고 중무장한 시꺼먼 전경들. 어휴~ 생각만 해도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게, 사실 나도 한 대 맞을까 무섭다. 전경들이 지르는 고함소리는 사람 소리 같지도 않은 것이, 그 앞에 서면 절로 움츠러들게 된다. 공권력의 무시무시함이 피부로 느껴지지. 그래도 내가 거리에 나오는 이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순 없어서다. 가만히만 있으면 정치인들이 우리 생각해주나? 나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정치인들이 자기네들끼리 FTA 하나 통과시키면 다 물거품이잖아? 우리끼리 힘 합쳐서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쟤들은 늘 저 모양일거라구~

며칠 전, 오랜만에 모인 일침회. 어떤 주제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 중인 그 때 그 상황으로 고고~

(가) 이건 어때? 얼마 전, 뉴스에서 봤는데~ 집회 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면 처벌한다는 안을 어떤 국회의원이 발의했대. 그걸 가지고 이번에 [와글와글 깔깔]을 써 보는 건 어떨까?
(나) 정말 기가 막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씹어줘야’겠는걸!
(다) 음, 시위하니까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총파업이나 집회한다고 하면, 불편함만 생각하고 일어나는 난동(?) 있잖아, 지하철 파업에 불만을 느껴 매표소에 의자를 집어던지는 일 같은.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왜 시위를 하는지 등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집회 때문에 길이 막혀서 막 뭐라뭐라 하는데 사실은 그 불만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시위를 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나) 그래! ‘시위의 여섯 가지 시선’ 어때? 집회를 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결국엔 그들 모두의 삶이 시위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
(라) 오! 괜찮은데~ 근데 여섯 가지는 너무 많다.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비정규직 문제, 장애인 이동권, 청소년 인권, 교원평가 등등 정말 많은 문제들이 물밀 듯 쏟아지고 있는 요즘. 어떻습니까? 당신 삶과는 상관없는 듯 멀게만 느껴지나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28 호 [기사입력] 2006년 11월 07일 21:22:59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