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불우이웃돕기로는 '불우이웃'을 줄일 수 없어요

불우이웃돕기 모금하던 날 오동의 일기

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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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1일 흐리다가 비 옴

오늘 아침에도 학교 가는 길에 해피를 봤다. 해피는 얼마 전부터 우리 동네를 떠도는 개 이름이다. 하얀색 말티즈인데 덩치가 좀 크고 엄청 지저분하다. 엄마 말로는 옆 동네에 살던 아저씨가 키우던 개인데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갔다고 했다. 참으로 매정한 아저씨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해피를 위해 소시지를 매일 사주고 있다. 배고픈 모습으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해피를 보면 발걸음이 그냥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용돈이 500원인데 200원짜리 소시지를 만날 사느라 요즘 군것질을 거의 못한다. 그래도 내가 소시지를 안 사주면 해피는 또 쓰레기를 뒤져야 할 테니까...그냥 해피를 우리 집에서 맡아서 기르면 해피가 다시는 쓰레기를 뒤질 일은 없을텐데. 한번 졸라볼까?

학교에서 1교시 끝난 시간, 전교회장 누나가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을 가지고 우리 교실로 들어왔다. 맞다! 오늘까지 불우이웃돕기 성금 걷는다고 했지~ 미처 가족들한테 얘기하지 못해 따로 준비 못했는데 걱정이다. 그렇다고 300원을 내기엔 왠지……. 난 끝내 내지 못했다.

왜 불우이웃돕기는 매번 하는데도 불우이웃은 줄지 않는걸까?

나 혼자 돈을 안 냈다는 생각에 내내 기분이 영 별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매번 모으는데도 ‘불우이웃’은 여전히 많은 거지?’
나는 너무 궁금해서 반장한테 선생님 몰래 쪽지를 보냈다.
“야, 불우이웃돕기를 매번 하잖아.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불우이웃’이 왜 이리 많은 거야?”
“그건, ‘나라가 신경을 안 쓰니까’라고 우리 형이 그랬어!”
잠시 후 녀석이 보낸 쪽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엥?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장을 바라보았다. 반장은 한번 휙 돌아보고, 자세한 얘기는 수업 끝난 후에 하자는 듯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점심을 먹은 다음 나는 반장이랑 급식으로 나온 요구르트를 들고 저쪽 그네로 갔다.

그네에 앉자마자 나는 반장한테 물었다.
“나라가 신경을 안 쓴다니?”
“으응, 그건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래. 그러니까 누구나 아프면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가난해도 살 집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거야.”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주변을 보니 3학년 애들 두 명이 그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얘기를 끝내고 싶지 않아 모른 척하고 계속 말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못 가거나 밥을 먹지 못하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야? 왜냐하면 생활하려면 돈은 꼭 필요하잖아.”
잠시 후 반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근데 우리 형 말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어. 매일매일 수많은 아파트들이 새로 지어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집이 없어서 길에서 잠을 자잖아. 어딜 가나 병원이 있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있고…….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지. 그런 일들이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냐고 형이 묻더라구.”
“음, 그래! 당연히 당연하지 않지.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되잖아?”
“나도 그렇게 대답했지. 그랬더니 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러더라구.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야.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생활하기에 너무 적은 돈밖에 받지 못한다는 거야.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구할 수 없어서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지.”
“그러면, 우리만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지! 불우이웃돕기 성금만으로는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야.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그래서 나라가 나서야 한다는 거야.”
“어떻게?”
“으응...형 말로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도 누리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해서 복지제도라는 걸 만들었대. 물론 우리 모두가 내는 세금을 가지고 말이지.”
그때 5교시 시작종이 울렸다.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모두 교실로 들어가고 없었다. 나랑 반장도 교실을 향해 달려갔다.

위 사진: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요.<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불우이웃’? 가난하다고 꼭 불행한 걸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오늘 반장이랑 나눈 얘기를 계속 생각해 보았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불우이웃돕기 성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겠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을 떠올릴 때 생기는 이 마음을, 성금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바로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일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또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불우이웃’이란 말. 가난하다고 꼭 불행한 걸까? 내일 다시 반장이랑 얘기해봐야겠다. 그 녀석은 나랑 동갑인데도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내일 학교에 가면 꼭 물어봐야지.
인권오름 제 34 호 [기사입력] 2006년 12월 20일 2: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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