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타임머신을 타고 대추리로 돌아갔으면…”

마음 가득 담겨 있는 연수의 대추리 이야기

신연수/ 정리 -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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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수라고 해”

연수를 만난 건 작년 3월, 평택 대추리 놀이방에서였어. 처음에는 새침떼기처럼 말도 잘 안하더니 어느새 서먹함도 사라져 무릎도 베고 눕고, 손도 잡을 수 있는 동무가 되었지. 그리고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네. 그런데 얼마 전에 연수는 대추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어. 왜 이사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니? 우선 연수가 자기소개를 해줬어. 그 다음에 이유를 들어보자고.

“안녕? 난 연수라고 해. 나는 작년에 군문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어. 그 학교엔 친절한 친구들이 많아. 나는 그 학교에서 제일로 좋은 친구는 엄주연이라는 친구야. 나는 그 친구와 1년을 지내다 다른 반으로 분단되었을 때 가장 아쉬웠어. 맞다! 내 소개를 하는 걸 까먹었네. 나는 신연수라고 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아주 많아. 말하기가 어렵네. 그리고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야. 또 우리 집 가족은 모두 6명이야. 엄마, 아빠, 할머니, 오빠,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둥이 이렇게 6명.”

둥이는 ‘대추리’(‘대추리’는 예전에 대추리에서 나서 자란 개 이름이야)가 낳은 새끼래. 대추리에서 자랐으면 넓은 들판에서 뛰어 놀았을텐데, 지금은 공터에 묶여 있어. 연수를 보기만 하면 놀아달라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정말 귀엽다니까.

“집이 부서졌어”

이제 연수가 대추리를 떠나야 했던 이유를 들어봐야겠지. 연수한텐 말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그래도 다른 동무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왜 이사를 하게 됐는지 물어봤어.


“아! 내가 왜 이곳에서 사는지 알려줄게. 나는 대추리라는 아름다운 시골에서 살았어. 그곳 바로 옆엔 철조망이 쳐져있지. 나는 그 철조망이 없었으면 좋겠어. 왜냐구? 다음에 우리집이 없어질 수 있으니까. 내 말대로 우리 가족같이 없어지면 안되는 집이 부서지고 말았어. 그 날 이후 난 새 집에서 살게 되었어. 이 집에서 2년 정도 살다가 또다시 노와리라는 곳으로 이사를 갈거야.”

대추리에서 함께 꿈을 꾸고 오순도순 살던 사람들한테 어느 날 정부는 미군기지를 확장해야하니까 나가라고 명령했어. 하지만 사람들은 전쟁을 불러 올 미군기지를 내 줄 수 없으며, 평화롭게 대추리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하며 살던 집에서 나가지 않았지. 그러다가 작년 5월 4일에 정부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군인과 경찰을 불러서, 마을을 떠나라며 사람들을 쫓아내고 때리며 잡아가기까지 했어. 결국 93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하면서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던 대추리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지난 4월 강제로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연수네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정든 마을을 떠난 거야.

악몽의 어린이날

그런데 작년 5월 4일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작년 5월 4일은 미군들(진짜로 미군은 아니고, 정부가 부른 군인과 경찰들)이 우리가 즐겁게 놀던 대추초등학교를 부셨어. 참 마음이 불안했어. 그때는 내가 다니는 학교 운동회였으니까”

마치 전쟁처럼 그날 대추리 하늘에서는 헬기가 날아다니고, 논과 밭에는 철조망이 쳐졌어. 그리고 연수 말대로 경찰들이 학교를 부셨어. 그 학교는 대추리 사람들이 흙을 퍼나르며 직접 지었던 소중한 학교였지. 거기에 있었다면 난 정말 무서워서 울어버렸을 거야. 결국 연수는 운동회도 못 가고, 최악의 어린이날을 보냈대.

꿈에도 그리운 대추리

이번 어린이날에는 다행히 친척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연수 마음에는 대추리가 한 가득 있어.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빌라야.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대추리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왜냐구? 그 집에 나의 정이 아주 가득히 담겨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신연수 어린이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였던 대추리에서 살다가 현재는 이주를 위해 임시 이주단지인 송화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54 호 [기사입력] 2007년 05월 15일 2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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