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의 두리번두리번] 뜨겁게 달구어질 6월의 거리

김정아,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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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네요. “조국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국토방위의 성전에 참여하여 호국의 신으로 산화한 전몰장병의 영령에 대하여 생전의 위훈을” 어쩌구 저쩌구가 현충일의 의의라고 국립현충원은 말하네요. 국가가 호명하는 맹종과 헌신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덧없이 사라져 갔는지, 현충일은 오히려 국가주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조용히 성찰해야 하는 날입니다. 포비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사들이 잠든 마석 모란공원으로 갑니다. 국가는 현충일을 통해 애국심을 동원하려고 난리법석을 떨지만 제겐 애국주의로 물든 공휴일이기에 앞서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온몸을 불사른 한 열사의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동생 래전이 19년 전 현충일에 분신으로 사망했죠. 민주항쟁 20주년이라고 떠들썩하지만 마석에 잠들어 있는 수십명 열사들과의 약속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신체포기각서?

오늘은 좀 무겁게 시작했네요, 히히. 국가주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요즘 국기에 대한 맹세를 두고 논쟁이 한창입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72년 박정희 유신 때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는데, 작년 ‘대한민국 국기법’이 제정되고 ‘맹세문’을 시행령에 규정하기로 했어요. 큰일이죠. 다들 경험이 있을텐데,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함께 태극기에 대고 ‘할 수도 없고, 함부로 해서도 안되는’ 끔찍한 맹세를 했지요.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신체 포기각서도 아니구 말이죠. 학교 땐 그걸 월요일 아침마다 했어요. 기가 막혀요. 요즘도 유치원과 학교에서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는 야구경기 시작하기 전에도 한대요. 또한 집단에 대한 충성, 헌신적인 인간의 이미지로 재현될 때도 국기에 대한 맹세는 종종 사용되는데 얼마 전 히트는 못 쳤지만 로 방송된 드라마에서 경찰을 뭔가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장치로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가 재현되더군요. 국기에 대한 맹세 두 말 할 필요 없이 자유를 결박하는 인권침해입니다. 불복종 운동으로 구시대의 유물인 국기에 대한 맹세를 밀봉해 버려야겠죠!

위 사진:'철마는 달리고 싶다' 철마 위에 핀 들꽃, 평화작가 이시우씨의 작품 <출처; 이시우 작가 홈페이지>

안보위협은 안보기득권자들의 밥줄

국가주의, 애국주의와 트리오를 이루고 헤집고 다니는 게 안보주의죠.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죽겠다는 이시우씨의 단식도 이제 46일을 넘어섰습니다. 평화사진작가로 알려진 그에게 보안수사대가 붙여준 죄명은 ‘국가기밀 누설’이라지요? 「민통선 평화기행」등 다양한 저작물을 통해 전쟁과 군사정책이 낳은 자연과 인간 존엄성 파괴를 말한 것이 국가기밀이랍디다. 이러다가는 “된장찌개에는 된장이 들어간다”고 해도 국가기밀이겠어요. 광범위하고 자의적 법해석으로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검찰과 경찰에 대해 다행히도 일심회 사건 판결에서 법원이 ‘국가기밀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에 제동을 걸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보안수사대와 국정원의 집념은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꺼진 불도 살려내는 의지의 인간들인데, 한총련 배후조직, 인터넷 서점, 전교조 통일위원회 등이 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조직사건’이 아닌가 싶거든요. 이 사람들도 신제품 개발이 시급하거든요. 작년 국감에선 ‘개점휴업’이라고 된통 ‘쪽팔림’까지 당한 처지라서 ‘당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해야 한다는 거죠. 이젠 냉전의 이윤을 챙겨먹을 시대가 아니게 되었으니 이 사람들도 발바닥에 땀나게 생겼어요. 그래서 통신비밀보호법(아래 통비법) 개정이 이들에게는 중요합니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포스트 냉전 시대를 맞았죠. 미국에서부터 개인의 사생활이 철저히 감시당하고 법에 의한 지배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죠. 이른바 테러범을 잡는다는 명목으로요. 통비법은 오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사찰할 수 있고 국보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서버까지 문 닫을 수 있답니다. 국보법 적용이 강화될 지경이 된 거죠. 꺼진 불이 아니라 온 동네를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안보위협’으로 권력을 움켜쥐고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정치행태는 냉전시대나 탈냉전시대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적의 이름이 ‘빨갱이’에서 ‘테러범’으로 대체되었다는 것 뿐. 국가보안법 장수의 비결이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악법으로 인해 자유의 숨통이 옥죄어져야 그 명이 다할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수가 아닐까 합니다.

21세기에도 계속되는 홍길동의 비애

호적법을 대체할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네요. 2008년부터는 호적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가부장 중심의 사회구조에 어느 정도 틈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군요.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2중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본적으로 볼 수 있는 ‘기준등록지’라는 호적제의 잔재도 그대로 온존시키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왜 신분등록법이 ‘가족관계’를 기준으로 구성되느냐는 겁니다. 동성애자 가족, 비혈연 가족 등 다른 형태의 가족에 대한 법적 인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족은 이른바 ‘이성애적 정상가족’만을 뜻할 뿐이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비애는 여러 다양한 가족들에게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읍지요. 신분등록이 지금과 같이 가족관계를 경유한다면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구조화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이명박 같은 정치인이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한 더더욱 그렇지요. 지난 2일 청계천을 중심으로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졌어요. 거기서 이명박이가 무지하게 씹히더군요. 자기 업적이라고 자랑하는 청계천에서 성소수자들은 그에게 지구를 떠나라고 하더군요. 내막이야 다 잘 아실 테지만,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사는 것이 정상”이라고 동성애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더니 ‘불구가 태어나지 않도록 낙태를 용인’한다고 해서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언제는 서울을 하나님에게 봉헌한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키더니, 참나~. 하나님이 부동산 투기라도 한답디까?

위 사진:지난 2일부터 시작된 성소수자 문화축제 중 진행된 퀴어퍼레이드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성난 주민들 도망친 ‘개구멍 대통령’

말이 나온 김에 정치권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 번 볼까요? 이명박은 저렇게 입방정을 떨어대는 통에 지지율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구요. 박근혜 쪽에서 재산문제까지 시비를 삼아서 엎치락뒤치락 정치드라마는 스테레오 타입으로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관은 노무현입니다. 참여정부평가포럼(아래 참평)에서 장장 4시간 동안이나 “격정적인 정치연설”을 했다지요. 정작 평가를 받아야 할 인물이 참여정부에 대한 극찬은 물론이고 ‘노사모’와 같은 조직이 한국 정치의 힘이라고 치켜세웠다고 합디다. 이를 두고 선거법 위반이다, 선거판에 뛰어들려면 정정당당하게 뛰어들지 ‘꼼수’를 부리지 말라고 충고도 합디다만, 무엇보다 문제는 경거망동이라는 거죠. FTA, 전략적 유연성 등 민중을 팔아먹는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커녕 ‘경쟁력’ 운운하면서 세계적 지도자인양 거드름을 피운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노무현은 참평을 통해 4년 전 ‘로또’를 다시 한 번 노리고 있는 건 확실한데, 자화자찬이 늘어진 이 양반이 제주도에서 ‘개구멍 대통령’이 되었더군요, 히히.

지난달 23일 노무현이 제주도를 방문했어요. 제주해군기지 반대로 단식농성이 한창이던 때 노무현이 거길 내려갔으니 봉변당할 건 뻔했죠. 제주도군사기지반대도민대책위와 한미FTA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소속 회원과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제주공항에서 ‘군사기지 철회’와 ‘한미FTA 원천무효, 노무현 퇴진’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어요. 도착한 노무현은 정문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화물청사로 빠져나갔대요. 분통이 난 일부 시민들이 ‘개구멍 대통령’이라고 비난을 한 거죠. 제주도는 해군기지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네요. 해군기지 유치의 근거가 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가 용역검수도 없이 서둘러 발표되었다고 하질 않나, 적법성도 시비가 붙고 있다고 합니다. 종교인들의 단식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상경투쟁도 불붙을 전망입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침략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따름입니다. 평택미군기지 반대운동에서 불붙었던 평화운동의 힘이 제주도에서도 활활 타올라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 밖에선 기쁜 소식이 하나 있네요. 인도네시아의 차고스 제도에 디에고 가르시아라는 섬이 있어요. 1966년 영국이 50년 임대권을 미군에게 몰래 넘기고 주민 5천명을 쫓아낸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주민들이 영국법원에 낸 소송에 이겨 땅을 되찾을 기회를 찾았다는 소식입니다. 제주도를 지키고 아직 기지가 들어서지 않은 평택을 되찾는데 힘이 되는 소식입니다.

6월항쟁, 다시 한 번 민중총궐기

6월의 달력은 무지하게 빨리 넘어갈 듯합니다. 이달 안에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대주는 방위비 분담금 2009년과 2010년분이 결정됩니다. 김장수 국방부장관이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이전 비용으로 쓰는 걸 이해한다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했다는군요. 이해심도 참 넓으신 분인지 아니면 국민을 호구로 보는 나쁜 놈인지, 참……. 이 발언 하나에 걸린 세금이 수조원이랍니다. 미군이 방위비 분담금 남겨서 이자놀이 한다는 건 지난 [포비의 두리번두리번]에서 이야기해서 잘 아실테고, 그걸 기지 이전 비용으로 쓰겠다고 생떼를 쓰는 미국을 얼르고 달래기에 바쁜 정부의 행태에 분노가 솟구칩니다. 게다가 이달 29일이면 노무현이 미국으로 날아가 FTA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경악할 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여기에 더해 미 측에서 재협상하자고 슬슬 꼬드기고 협박하고 있지요. 미의회의 입장을 반영하는 협의라는 말로 재협상을 은근슬쩍 해치우려할 거 같군요. 이러다가는 속 터지는 6월이 되겠어요.

또 한편에선 6월항쟁 20주년을 도둑질해갔네요. 항쟁20주년 기념사업회인지 뭔지에서, 9일부터 전국 동시다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10일 그 대단원의 막이 열린음악회로 끝이 난다고 합니다. 이런 속임수 놀음을 그냥 멍하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요. 작년 연말 비록 아직 소수이기는 했지만 서울 한복판을 뛰어다니며 민중총궐기를 외쳤던 그 힘과 열망으로 다시 한 번 6월의 뜨거운 거리에서 우리의 함성을 질러봅시다. 그 소리만이 가파른 생존의 벽을 타고 오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희망일 것입니다. 6월의 거리가 또다시 우리를 부릅니다.
인권오름 제 57 호 [기사입력] 2007년 06월 05일 21: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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