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깔깔] 삼성이 만든 제국 ‘삼트릭스’

일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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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로 가득한 대도시 거리. 휴대전화 ‘애니콜’을 통해 즐겁게 통화하는 이들. 삼성이 만든 반도체가 내장된 MP3플레이어 ‘옙’으로 음악을 들으며, PMP로 영화를 보며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이들. 회사에 도착해 삼성 반도체가 내장된 컴퓨터 ‘매직스테이션’으로 일을 한다. 저녁에 집에 와서 삼성 세탁기 ‘하우젠’에 빨래를 맡기고, 삼성 냉장고 ‘지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면서 삼성 TV ‘파브’를 통해 삼성전자의 수출신화 뉴스를 본다.
“역시, 삼성이 없으면 우리 생활도 없어.”

일주일동안 일해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에버랜드로 가서 놀이기구를 타며 스트레스를 비명과 함께 날려버리고, 다시 녹초가 될 일주일을 준비하며 재충전을 한다. 월급날 ‘내 인생의 파트너’라는 삼성생명 보험금만 꼬박꼬박 납부하면 ‘보장자산’이 차곡차곡 늘어나고, 내가 무능한 사람만 아니면 열심히 일해서 약 20년 정도 후 래미안에서 역시 무능하지 않은 이웃들과 살 수 있다. 늙고 병들어 몸이 아프면 삼성의료원에서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삼성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꿈꾸지?”

‘함께가요 희망으로’ ‘또하나의 가족’ 인간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문화시설이 취약한 농어촌에는 희망의 도서관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맹인견을, 안면기형 환자에게는 성형수술을. 삼성은 2005년에만 사회공헌사업으로 4,926억 원을 집행했다.
“삼성이 없으면 이 사회의 약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삼성공화국 속에서 삼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던 네오는 어느 날 썬글라스를 낀 남자, 모피어스를 만났다.

조우

(모피어스) 마침내 왔군. 잘 왔네, 네오. 지금 자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겠지? 토끼구멍으로 떨어진 것 같지? 운명을 믿나?

(네오) 아뇨.

(모피어스) 왜지?

(네오) 나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모피어스) 무슨 뜻인지 알아! 네가 온 이유를 말해주지. 뭔가를 알기 때문에 온 거야. 그게 뭔지 설명은 못해. 하지만 느껴져. 뭔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잘못됐다는 걸 말이야. 머리가 깨질 것처럼 자넬 미치게 만들지. 그 느낌에 이끌려 여기까지 온 거야.

(네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모피어스) 삼트릭스, 그게 뭔지 알고 싶나? 삼트릭스는 사방에 있어. 바로 이 방 안에도 있고. 창밖을 내다봐도 있고. TV 안에도 있지. 출근할 때도 느껴지고, 교회에 갈 때도, 세금을 낼 때도.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지.

(네오) 무슨 진실요?

(모피어스) 네가 노예란 진실. 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감옥에서 살고 있지. 삼트릭스 속에서의 네 마음의 감옥. 불행히도 삼트릭스가 뭔지 말할 순 없어. 직접 봐야만 해. 이게 마지막 기회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 파란 약을 먹으면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깨어나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돼. 하지만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가게 된다.

최첨단 오토기어 봉고선

(네오) 으윽, 내가 어떻게 된 거죠? 여긴 어디죠?

(모피어스) 그보다는 언제냐가 중요해. 2007년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3007년에 가깝지. 그러면 지금부터 최첨단 오토기어 ‘봉고’선을 소개하지. 따라오게. 우리는 봉고선의 심장부, 이 화물칸에서 삼트릭스를 균열내기 위해 해적신호를 보낸다네.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의 각성을 위한 ‘민중가요모음집’과 라디오 방송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지!
삼트릭스가 궁금하지? 봉고선 운전석으로 오게나. 긴장을 풀어. 기분이 이상할거야. 이건 ‘컨스트럭트’라는 거야. 로딩 프로그램이지. 뭐든지 로드할 수 있어.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이든 필요한 건 전부 다. 설명서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는데, 그게 뭔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바닥도 벽도 없는 새하얀 공간으로 이동한 네오와 모피어스.

(네오) 프로그램 안이라구요?

(모피어스) 그렇게 믿기가 힘든가? 자네 옷도 바뀌었고 머리모양도 바뀌었네.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화한거지.

(네오) 진짜가 아닌가요?

(모피어스) ‘진짜’가 뭔가? 정의를 어떻게 내리지? 촉각이나 후각, 미각, 시각을 뜻하는 거라면 ‘진짜’란 두뇌가 해석하는 전자신호에 불과해.

눈앞에 아늑해보이는 소파와 TV가 나타나고, 모피어스는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위 사진:모피어스와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 여기 자네가 아는 세상이야.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가자, 희망으로’·‘또하나의 가족’, 삼성이라는 삼트릭스로만 존재하지. 자넨 꿈나라에서 살았네.
여기가 바로 진짜 세계지. 저기 거대한 공장은 또 하나의 가족, 삼성 TV 브라운관을 만드는 곳이야. 원래는 삼성 공장이었지만 삼성은 생산공정들을 분사하는 수법으로 노동자들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만들었지. 다시 말해 지금 저 공장은 삼성의 하청공장이야. 저기 우리 동지 트리니티가 걸어오는군. 보여? 머리에 빨간 끈을 두른 여성 말이야. 트리니티!

(트리니티) 당신이 네오로군. 반가워. 진짜 세계를 본 느낌이 어때?

(모피어스) 아직 얼떨떨할 거야. 자, 정식으로 소개할게. 트리니티는 저 공장 노동자였어. 얼마 전에 갑자기 해고된 후 우리 요원이 됐지.

(트리니티) 나도 해고되기 전엔 삼트릭스의 존재를 몰랐어. 공장 안에 있는 기숙사에 살면서 아침, 저녁으로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로 공장-기숙사, 기숙사-공장만 오가는 생활을 할 땐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지. 입사해서 2-3년간 최저임금만 받았는데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 그래도 삼성인데 했지. 아무 이유도 없이 해고되고 나서야 노예로 살아가는 내가 보였어. 진짜 세상이 보인거지.

(모피어스) 트리니티 말고도 우리 동지들은 소수이지만, 도처에 있어. 저기 버스 기다리는 남자가 보이나? 삼성 노동자였다가 8년 전 삼트릭스의 실체를 어렴풋이 깨닫고 그것을 깨기 위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가 보름동안 납치, 감금되어 노조포기 각서를 강요당했지. 그리고 저기 축구하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 동지야. 마찬가지로 삼성에 노조를 만들려던 사람들이었는데 삼성으로부터 불법복제 휴대폰으로 위치추적을 당했다는 단서를 잡아 세상에 폭로했지만 묻히고 말았지. 그 후로 우리 동지가 됐어.

(트리니티) 저기 지금 여의도 공원에서 조깅하는 사람, 그 기자 동지 아냐? 네오, 저 사람은 기억 나? 2년 전에 삼성 불법 대선 자금 폭로한 사람. 삼성과 언론, 검찰, 정치권의 거대한 유착관계로 유지되는 삼트릭스의 실체를 밝히려 했지만, 삼트릭스의 거대한 시스템에 가로막혀 성공하지 못했지. 저기 저 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봐. 을 만들던 노동자들이지. 삼트릭스의 진실을 밝히는 기사를 썼는데, 시스템의 일원인 사장이 그 기사를 삭제해버리자 시스템에 저항하려 했지만, 직장폐쇄라는 삼트릭스 시스템의 공격을 받았지.

(모피어스) 트리니티, 너무 기대하지마. 빨간 약 먹은 지 하루밖에 안 됐다고. 그런 사실은 ‘또 하나의 가족’ 광고 32번만 보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고, 알잖아. 네오, 우리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우리는 20세기 어느 시점에선가 스스로 경탄하며 자본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 거야. 특히 삼성은 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으며 점점 더 거대해져갔지. 진실을 직시한 일부 노동자가 이를 규탄하고 온몸을 내던졌지만, 정권과의 유착으로 더욱 견고히 다져가는 삼트릭스를 깨기엔 힘에 부쳤지. 어느 샌가 인간은 삼성의 속삭임에 길러지게 되었어. 나도 오랫동안 믿지 못했어. 그러다가 직접 본거야, 삼트릭스에서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고 계속 신입 노동자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걸. 삼트릭스가 뭐지? 바로 통제야. 삼트릭스는 자본이 만든 꿈의 나라야. 우릴 통제하려는 거지. 왜? 인간을 밧데리로 만들려고!

(네오) 아냐! 믿을 수 없어. 불가능해!

(모피어스) 믿기 쉽다고는 안했어. 진실이라고 했지. 삼트릭스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자유를 얻지 못해. 삼성의 회오리를 종식시켜야 해!

(네오) 다시 돌아갈 순 없는 거죠?

(모피어스) 그래. 돌아갈 수 있다면 가겠나?



프로그램 로딩

(모피어스) 지난 2006년 6월, 에스원 영업노동자 1,700명의 등골을 다 빼먹은 삼성은 그들을 하루아침에 해고를 해버렸네. 노동자들은 삼트릭스를 균열내기 위해 집회를 벌이려 했지. 하지만 삼성은 본관 앞 집회신고를 못 내도록 엄청난 작업들을 해왔어.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50여 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삼트릭스를 지키는 포돌이 요원이 무리한 연행으로 통제해, 삼트릭스의 균열을 어떻게든 막으려 횡포를 부렸다네. 요원은 지각 있는 프로그램이야. 삼트릭스 시스템에 연결된 채 어떤 프로그램이든 침입할 수 있지.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어떤 순간에도 두려움, 의심, 불신을 버리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할 걸세.

우리는 우리의 동지들과 함께 삼트릭스를 균열내러 갈걸세. 이것은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이 영원히 거짓 환상만을 보면서 쓰다가 버리는 삼성의 밧데리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느냐, 진짜 삶을 찾느냐가 걸린 싸움일세. 이 싸움은 여기 현실에서는 하지 못해. 삼트릭스로 들어가서만 할 수 있네. 이 싸움은 우리만의 힘으로도 할 수 없네. 아까 말한 동지들과 함께 해야 하고 삼트릭스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동지들을 만들어야 한다네. 준비됐지? 이제 다시 삼트릭스로 들어간다. 탱크, 프로그램 로드해.

인파로 가득한 대도시 길거리

(모피어스) 이건 자네에게 한 가지만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 삼트릭스는 시스템이야. 뭐가 보이나? 회사원, 교사, 경찰, 변호사? 우리가 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지. 하지만 그들도 시스템의 일부일세. 이들 대부분은 아직 삼트릭스를 떠날 준비가 안 되어있지. 그들은 너무나도 시스템에 잘 길들여져서 시스템을 보호하려고 한다네.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하지만 두고 보게. 삼트릭스는 언젠가는 끝장날테니.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40 호 [기사입력] 2007년 02월 07일 4: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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