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보자 폴짝] 학교에 간 장애를 가진 향미

장애인교육을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야 해요

괭이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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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미네 엄마

요즘 너무 속상하다. 아침에 향미를 깨워 학교 보내는 일이 큰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5학년이 된 향미는 학교 가기를 무척 싫어한다. 4학년 때는 곧잘 아침에 먼저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었는데…….

처음에는 새 학년 올라가고 새로운 선생님과 동무들을 만나 적응하느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학교 가길 싫어하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학교도 멀어 버스 타고 등교해야 하는데, 이렇게 향미랑 등교 준비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면 지각하기 일쑤다. 작년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데도 말이다. 향미를 달래도 보고 혼내보기도 했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반을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고……. 특수학급이 없어 향미를 보낼 수 없는, 집 앞 초등학교까지 새삼 얄밉게 느껴진다.


#. 향미 담임선생님

10년이 넘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장애학생을 맡기는 올해 처음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고민해본 적도 없고 교육(연수)을 받은 적도 없어서 바짝 긴장이 되었다. 게다가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장애학생까지 어떻게 신경 쓰나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도움반 선생님에다가 보조 선생님도 계시니까, 이 분들이 알아서 잘 챙겨주겠지 싶었다. 그래도 우리 반에 장애학생이 있다는 건, 여전히 신경 쓸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새 학년 첫날부터 향미는 가만있지 않았다. 공부시간에 갑자기 소리를 질러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더니 어제는 교실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 진땀나게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말썽을 부릴 건지, 속도 상하고 짜증도 난다. 오늘은 제발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3교시 미술시간을 시작한다.


#. 향미네 반 동무

향미는 우리 반이다. 4학년 때는 향미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향미 얘기다. 누군가 실수라도 하면 “향미 남친”이라며 놀린다. 물론 나는, 그렇게 놀리는 아이나 그 말에 웃는 아이들 모두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나까지 놀릴 게 뻔하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로 했다.

우리 반은 모둠별로 당번을 정해 일주일동안 향미를 돕는다. 말이 돕는 거지, 과학실이나 어학실 같은 특별실에 갈 때 딴 데로 가지는 않는지, 공부시간에 교과서랑 준비물은 잘 챙겼는지 하루 종일 향미를 졸졸 따라다니며 참견을 하는 거다. 재승이도 그 일주일이 무지무지 길게 느껴진다며 짜증을 냈다. 하긴 ‘향미 도우미’로 지내는 일주일 동안은 점심시간에 놀 수도 없다. 향미랑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급식실에서 4층에 있는 우리 교실까지 올라가는 데만도 점심시간이 다 간다. 나도 사실 향미 도우미를 하는 일주일은 학교 가기가 싫어진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향미한테 ‘향미 도우미’인 아이들이 “일어나! 잠바 입어! 올라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향미는 못 들은척 하며 코딱지를 파서 먹는다. 그리곤 콧물이 잔뜩 묻은 손을 공중에서 휘젓는다. 모두들 꺄악 소리 지르며 더럽다고 난리다. 나도 좀 짜증이 났다. 소리 지르는 아이들이나 더러운 짓 하는 향미나 모두에게…….


#. 그리고, 향미

옆집 지선이는 요 앞 가까운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나는 멀리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동무들, 선생님이랑 지내는 게 꽤나 즐거워서 피곤한 것도 참았다. 하지만 5학년이 되어 새로 만난 선생님은 처음부터 나를 힘들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덩달아 새 동무들도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만 하는 게 다 귀찮고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손에 콧물을 묻히니까 애들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도 나를 계속 도움반에 보내려고만 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관심도 없고 제발 가만히만 있으라는 선생님과 동무들을 만나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왜 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왜 다른 사람들처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그래서 오늘도 소리를 질렀다. 요즘은 사는 게 슬프다.


‘나랑 다른 이’와 마주하기

향미네 엄마나 담임선생님, 동무들 모두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왜 그랬을까요? 향미가 다른 이들과 달라서? 그렇다면 달리기를 잘 하는 민수나 과학을 좋아하는 혜란이, 요리사가 꿈인 준환이와 나도 모두 다른데도 왜 잘 지내는 걸까요?

그건 서로의 다른 점을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나랑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건 뭘까요? 다름을 이해한다는 건 뭘까요? 나와 다른 점이 흥미롭게 다가오거나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그 차이를 이해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일이 힘들기도 해요. 장애를 가진 향미가 바로 그런 경우겠지요. 향미와 함께 있는 게 힘든 건 향미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 거예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향미를 싫어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생각해보는 게 이해의 시작이 아닐까요? 그렇게 첫걸음을 떼고 나면, 장애를 가진 향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그게 우리의 몫으로만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선 안돼요. 누구나 장애를 이해하고 장애인들을 존중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는 특별한 지원을 해야 해요. 우리 모두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향미의 행동을 주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또 향미가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나라가 나서서 해야 하는 거지요. 그래야 향미네 담임선생님이나 반 동무들 모두 향미를 부담스럽게만 느끼지 않고 ‘우리 반 동무’로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혹시 장애인교육지원법이라고 들어봤나요?

장애인들의 교육을 위한 특수교육진흥법이라는 법이 있어요. 그 법 안에는 장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겨져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나마나한 특수교육진흥법을 장애인교육지원법으로 바꾸라고 외치고 있어요.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님 중 몇 명은 20일이 넘게 밥을 굶으면서 절절한 외침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장애학생들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에서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뿐 아니라 어린 나이의 장애아동과 장애성인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범위를 넓혔어요. 또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지원 방법들을 실행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요. 장애인들 역시 장애인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겠죠. 장애인교육지원법을 만드는 일은 장애인들의 교육권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요?

위 사진: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교육 차별 철폐'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어요.<출처; 장애인교육권연대 홈페이지>
인권오름 제 50 호 [기사입력] 2007년 04월 17일 19: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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