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깔깔] 국정홍보처의 ‘국민자신감’

일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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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이란 제목도 구린 광고를 7개 방송사에 내보냈다. 2007년 1월 1일, 인터넷 아이디 ‘이게뭡니까’ 님은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 이 광고와 관련해 다음의 댓글을 달았다.

“국민들을 기만하는 CF인 듯싶군요. TV에서 (국민자신감 광고를) 볼 때마다 TV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웬만하면 한 해 계획을 세우며 차분히 보내는 새해 첫날, ‘이게뭡니까’님을 그렇게 울컥하게 만들었을까?

거들떠보자!
이 광고의 주인공, 즉 ‘국민자신감의 대표주자로 찍힌 이’는 직장상사의 모진 질책에도 굴하지 않고 소주 한잔에 힘을 내는 괴력을 가진 화이트칼라 남성 노동자다. 바로 이 남자다.


광고 속 나레이터는 침착한 목소리로 이 남성을 ‘바른 길로 가고 있는’ 바른생활인이라고 칭찬하면서, 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감을 가져야 할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민자신감’ - 국정홍보처

당신은 늦잠을 잤고 서둘러 출근했습니다.
어제 보고한 영업실적은 질책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민을 했고 다시 힘을 냈습니다.
웃음을 건넸고 웃음을 받았습니다.
퇴근을 하고 한 잔 했습니다.
친구는 힘들다했고 당신은 한 잔 따랐습니다.

당신이 이 사회의 한 사람이면
이 사회는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본격적으로 뜯어보기 전에, 우선,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자신감’을 어디다 쓰라고, 그걸 가지라고 아까운 세금 펑펑 날리면서 온 동네방네 떠드는 걸까? 잘사는 나라 사람들 앞에서 쫄지 말라고? 못사는 나라 사람들 앞에서 폼 잡으라고? 근데 난 그런 거 필요없다고!

광고는 대한민국이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엄숙히 선포한다. 바른 길?
광고는 총 30여초 동안에 무려 3번이나 ‘수출 3천억 달러 달성’이란 문구를 편집해 보여준다. 바로 요 장면이다.



즉, 수출 3천억달러 달성했으니 바른 길로 가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증명되는 모두가 자신감을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침에 헐레벌떡 집에서 나와 러시아워 교통지옥에 시달려 출근하고, 상사에게 혼나서 열 받아도 쓴 소주 한 잔에 서러움과 분을 삭이고, 같은 처지의 친구까지 위로해주는 센스 정도는 가져야, 바른생활인이며 자신감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이 광고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저임금에 언제 잘릴지 몰라도, 시장개방으로 평생 갈아온 땅을 떠나야 해도, 생태를 파괴하는 폭력적 개발 앞에서도…등등…‘수출 3천억달러 달성’만을 오매불망 꿈꾸며, 노조를 만들거나 파업을 해서도, 시장개방과 생태파괴를 반대해서도 안 된다. 왜? 그런 행동은 국민자신감에 먹칠하는 일이거든!!!

애초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신감은 줘도 사양하고 싶지만, 자신감의 내용과 그것을 가질 자격 기준을 보니, 친구들한테도 행여나 받지 말라고, 현혹되지 말라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겠다. ‘수출 3천억달러’, 그것이 뭔데 우러러보란 건지. 수출 3천억달러 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데? 비정규직 50% 달성, 정리해고 달성, 생태파괴 달성, 공공성 파괴 달성, 평택 전쟁기지화 달성으로 쓰여진 비극적 시나리오에 어떻게 박수를 칠 수 있나? 실컷 두들겨 맞은 후에 때린 인간을 향해 ‘브라보’를 날리라고? 병원비라도 주면 좋게 타일러서 재발방지 약속을 받은 후에 용서해줄 생각도 들법 하겠지만, ‘수출 3천억달러 달성’의 돈 세례는 때린 놈들 배만 더 불리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는 하나’를 부르며 손 맞잡고 나갈 수 있느냔 말이다.

‘국민자신감’ 대신 ‘대한민국 수치심’을 읊어야 할 때다.

대한민국 수치심.
당신은 국익이란 이름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 미국의 침략전쟁을 옹호하고, 민중학살에 동참했습니다.
국가주의를 동원하여 한 젊은 남성을 전쟁터로 보내 죽게 했습니다.

당신은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쓰기 위해 불법체류자라는 무권리 집단을 만들어 야만적인 단속을 하고 많은 이들을 죽였습니다.

당신은 전기세를 낼 돈이 없는 사람이 사는 집에 전기를 끊고 그들에게 유일한 빛과 온기로 촛불만을 허락하더니 결국 그 촛불로 집을 불태워 그들을 죽게 했습니다.

그들은 힘들다했고 당신은 ‘수출 3천억달러’ 달성 앞에서 칭얼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부당하다고 했고 당신은 날이 선 방패를 휘둘렀습니다.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대한민국


사실 일침회는 이 광고를 그저 술자리 안주 정도로 잘근잘근 씹은 뒤 무시해 버리려고 했으나, 최근 까지 공중파에 떠도는 걸 본 한 일침회 동지가 “보자보자 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아나!”며 “일침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력히 주장하여 이번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비록 일침회는 여기서 만을 다루지만 을 보신 분들은 후속 기사를 보내주시거나, 댓글로 씹어주시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44 호 [기사입력] 2007년 03월 07일 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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